'네덜란드의 트뤼도'가 '네덜란드의 트럼프'를 눌렀다(종합)

입력 2017-03-16 16:17  

'네덜란드의 트뤼도'가 '네덜란드의 트럼프'를 눌렀다(종합)

'포용·화합'의 클라버, '反이슬람' 빌더르스보다 선전

클라버, 극우포퓰리즘 '방풍막' 등극…진보의 아이콘

(헤이그=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15일(현지시간)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녹색좌파당(GL)이 지난 선거보다 무려 10석을 더 얻으며 제5당이 될 것으로 예상돼 GL을 이끈 예시 클라버 대표가 네덜란드 정계는 물론 유럽 진보진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클라버 대표는 올해 30세로 이번 총선에서 GL을 이끌면서 네덜란드는 물론 쇠락의 길에 접어든 유럽 진보진영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특히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연상시키는 수려한 용모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언변으로 '네덜란드의 트뤼도', '네덜란드의 오바마', '네덜란드의 JFK'로 불리기도 했다.

클라버 대표는 모로코 출신 아버지와, 네덜란드계와 인도네시아계 사이에서 태어난 어머니를 두고 있어 반(反)이슬람·반(反)난민을 주장하는 '네덜란드의 트럼프' 빌더르스 대표와는 태생적으로 정치적 대척점에 서 있다.

그는 빌더르스 대표가 집권하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폐쇄하고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금지하며 난민들에게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울 때도 개방을 지향하는 네덜란드가 난민과 이슬람교에 대해 포용과 화해의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맞섰다.

극우 포퓰리즘의 광풍을 막아내는 방풍막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클라버 대표의 이 같은 정치철학은 선거 막판에 네덜란드가 이슬람국가인 터키와 외교분쟁이 격화할 때 빛을 발했다.

그는 "터키는 동맹국 가운데 하나이고, 이웃 나라 가운데 하나"라면서 차분한 대응을 역설했다.

빌더르스 대표가 터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판하고 네덜란드 입국이 거부된 터키 장관들에게 "영원히 네덜란드에 오지말라"고 조롱하는 발언을 한 것과 대비를 이뤘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4석을 더 보태는 데 그쳐 위기에 빠졌던 당을 이번 총선에서 14석을 가진 제5당으로 재건한 클라버 대표는 어려움을 겪는 유럽의 진보진영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클라버 대표는 이날 투표를 마친 뒤 "유럽에서 극우 포퓰리즘을 패배시킬 비법을 갖고 있다"면서 "가짜 인기를 얻기 위해 애쓰지 말고 원칙을 지키라.친(親)난민, 친(親) EU가 되라"고 유럽의 진보진영에 조언했다.


반면에 극우정당 PVV의 빌더르스 대표 성적표는 당초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해 초라하다.

작년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지지도가 급상승한 PVV는 지난 1월 초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30석 이상을 얻어 제1당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선거 막판 여론조사에서도 집권당인 자유당(VVD)에 근소한 차로 밀려 제1당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하지만 현재 의석(12석)보다 두 자리 수 이상 의석을 늘릴 것으로 예상돼 선전할 것이 유력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 PVV는 지난 총선 때(15석)보다 의석을 5석 더 확보하는 데 그쳤다.

극우 포퓰리즘의 태풍을 예고했던 PVV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면서 한마디로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나온다.

초기엔 기성 정치권과 다른 목소리, 다른 해법을 제시하면서 참신한 대안 정치 세력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최근엔 과도한 반(反)이슬람·반(反)난민 공약을 내세우면서 유권자가 등을 돌리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덜란드에 정착한 모로코계 출신을 '쓰레기'라고 하는가 하면 모스크를 폐쇄하고 쿠란을 금지하며 이슬람 난민에게 국경을 폐쇄하겠다며 과격한 반이슬람·반난민 정책을 남발한 것이 결국 자기 발등을 찍은 격이 됐다는 것이다.

터키와의 외교분쟁이 격화됐을 때 사태를 수습하기보다는 감정적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위기를 증폭시키는 접근법을 보인 것도 온건하고 상식적인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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