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장금리 뛰자 기업 자금조달부담 커져…금리 싼 해외조달 증가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과 중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의 길로 가고 있지만 금리를 인상하게 된 배경은 사뭇 다르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5일 보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 금리를 3개월 만에 재차 인상하고 추가로 2회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은 긍정적인 경제 지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 힘입은 것이다. 임금 수준은 상승하고 실업률은 떨어지며, 소비자와 기업의 경기 신뢰도가 강화된 것이 원동력이 됐다.
반면에 중국 인민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과다한 신용을 공급하면서 초래된 자산 거품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인민은행은 금융 리스크와 여신 통제를 올해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중국 인민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위안화에 대한 달러화의 강세가 재개돼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위안화 방어를 위해 2014년 중반 이후 최근까지 외환보유고의 약 4분의 1을 소진했고 자본의 이탈을 억제하기 위한 각종 정책적 조치들을 취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라 인민은행이 신용 억제를 위해 더 빨리 고삐를 죄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고 내향적이었던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사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홍콩 인베스코의 아태 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켄 후는 "내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요인들만 주시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이제 그들은 미국의 통화정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가 미치는 충격은 이미 채권시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단기 자금을 빌려주는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대출금리를 일제히 인상하자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1년반 만의 최고치인 3.486%로 급등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15일 현재 3.385%를 가리키고 있다.
채권 금리가 오르자 중국 기업들의 국내 차입 비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위안화 대신 달러화 표시 회사채 발행을 모색하고 있고 통계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올해 들어 역외에서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167억 달러로, 지난해 4분기보다 8%가 늘었다. 반면에 역내 발행 규모는 235억 달러로, 지난해 4분기보다 무려 80%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항저우의 한 부동산 개발회사는 지난달 7억 달러 규모의 첫 달러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다. 표면 금리는 6%로, 지난해 10월 이 회사가 발행한 위안화 회사채의 표면금리 6.99%보다 낮은 것이었다.
회사채 발행에 참여한 한 중국 증권사 관계자는 이 회사가 국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했다면 표면 금리는 7%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는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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