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류' 남중국해 등 영유권 갈등 관리…경제 지원 '당근'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중국이 필리핀 '포용'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섰다.
잠잠하던 남중국해와 대륙붕 영유권을 놓고 최근 양국 간에 미묘한 갈등이 일자 중국이 경제 지원책을 통해 조기 봉합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왕양(汪洋) 중국 부총리는 16일부터 나흘간의 필리핀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필리핀 정부 초청에 따른 방문으로, 중국의 필리핀 경제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왕 부총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물론 두테르테 경제팀도 만나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중국·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광협력의 해' 개막식과 중·필리핀 경제·교역 포럼 행사에 참석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왕 부총리의 필리핀 방문에 대해 "상호 신뢰와 다양한 분야의 실질적 협력을 증진해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두 나라는 15일 필리핀에서 제28차 경제·교역협력 공동위원회를 열어 협력 확대 방안을 구체화했다.
중국 기업들이 필리핀으로부터 17억 달러(1조9천271억 원) 규모의 과일 등 농산물을 수입하는 계약에 서명했다고 필리핀 언론들이 전했다.
자오젠화(趙鑑華) 주필리핀 중국대사는 이 계약과 관련, "두테르테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또한 무역 균형을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시장은 필리핀 제품에 열려있고 수요는 크다"며 "더 많이 생산해 중국에 수출해달라"고 말했다.
이런 중국의 행보는 친중 성향을 유지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지원하며 영유권 문제를 원만히 관리, 미국에 맞서 필리핀을 우군으로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최근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중국 탐사선이 필리핀의 '벤험 라이즈' 해역에 출현한 사실을 문제 삼으며 중국 선박들이 다시 나타나면 쫓아내라고 해군에 명령했다.
벤험 라이즈는 필리핀 북부지역에서 동쪽으로 250㎞가량 떨어진 대륙붕으로, 필리핀이 2012년 유엔으로부터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자국 영토로 인정받았다.
필리핀 외교부도 자국 주재 중국대사관에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갈등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우호적인 방식의 해결을 주문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의장국인 필리핀 주재로 열린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서 중국을 겨냥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해역의 군사 시설화에 우려를 표명하자 중국이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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