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세계 주요 항만들이 액화천연가스(LNG)를 선박 연료로 공급하는 벙커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부산항은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모든 해역에서 선박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한다고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해운업계는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저유황유나 LNG 등으로 선박의 연료를 바꾸거나 배기가스 내 유해물질을 줄이는 설비를 설치하는 등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머스크와 CMA CGM 등 글로벌 해운선사들은 새 선박을 발주할 때 아예 LNG를 연료로 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선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 각국 정부와 항만들은 관련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NG 벙커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016년 12월까지 7차례에 걸쳐 정부, 지자체, 항만공사, 민간사업자 등이 참여한 회의를 열고 요코하마항을 LNG 벙커링 거점으로 확정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보조금 정책을 적극 시행해 2015년 말 기준으로 1천60척의 LNG추진선박을 건조하거나 운항하고 있다.
닝보-저우산항 등에 원양선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LNG벙커링 기지를 개발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덴마크 로테르담항 등이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동북아 물류 중심항을 지향하는 부산의 LNG벙커링 사업 추진은 수년째 답보 상태에 있다.
정부는 2012년 5월부터 한국가스공사, 조선 4사, 에너지회사, 선사 등 14개 기관이 'LNG벙커링 협의체'를 구성하고 논의를 시작했다.
2015년 1월에는 민간사업자가 부산항 LNG벙커링기지 구축 사업의향서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입지 문제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지금까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민간사업자는 부산신항 입구에 있는 무인도인 해남도 일대에 벙커링기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항만공사 등 부산지역 항만업계는 다른 선박의 통행에 지장을 주고 사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위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부산항을 부가가치 높은 항만으로 육성하려면 LNG벙커링 기지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입지 문제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LNG벙커링은 항만이 꼭 갖춰야 할 기본적인 서비스로 항만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항이 있는 동북아 지역은 LNG벙커링의 주요 공급 거점으로 급부상해 아시아~유럽 항로 벙커링 수요의 18%, 북미항로의 30%를 점유할 것으로 추정했다.
로이드선급은 2025년 전 세계 LNG벙커링 수요를 2천20만t으로 추정했다.
2030년 이후 북극항로가 활성화하면 동북아의 주요 항만이 LNG벙커링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앞으로 한중일 3국 항만간 벙커링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개발원은 부산항이 LNG벙커링 경쟁에 대비하려면 입지 선정작업의 조속한 마무리, 벙커링 터미널 개발 및 운영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부산항의 LNG벙커링 기지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 및 사업 진행은 경쟁항만인 중국의 닝보-저우산항, 일본 요코하마항 등에 비해 뒤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정부, 부산시, 항만공사, 민간사업자 등이 지혜를 모아 올해 중에 LNG 벙커링기지 입지선정을 마무리하고 2018년부터는 본격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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