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무기력한 보수 정치, 이대로 둘 것인가

입력 2017-03-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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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무기력한 보수 정치, 이대로 둘 것인가

(서울=연합뉴스) 대선을 불과 50여 일 남겨둔 시점에 보수 정치의 무기력증이 너무 심한 것 같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하차에 이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 공백이 더 커졌다. 보수의 좌표 상실에 따른 총체적 난국이라는 진단이 나올 만하다. 물론 전대미문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보수 집권 10년 간의 오만과 독선, 아집이 빚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궤도를 이탈한 보수 정치에 대한 실망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게 정확한 현실인식일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후보들 가운데 지지율 상위권은 진보·중도 진영 인사들이 줄줄이 꿰차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37.1%, 안희정 충남지사 16.8%,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12%, 이재명 성남시장 10.3% 순이다.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홍준표 경남지사 7.1%,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4.8%,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 1.8% 정도로 다 합쳐야 13.7%에 그친다. 게다가 황 권한대행 지지층은 홍 지사 32.4%, 안 지사 14.9%, 안 전 대표 11.6%, 남 지사 8%, 유 의원 3.7%, 문 전 대표 1.6% 등으로 흩어졌다. 적지 않은 보수 유권자들이 보수 후보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결과다.



구(舊)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황 권한대행 불출마 선언 이후 다른 후보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별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1순위로 꼽혔던 김황식 전 총리는 "가당치 않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당내에 10명 안팎의 후보들이 난립해 있으나 상당수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얼굴 알리기용' 출마로 분류된다. 이런 국면에도 구 여권은 여전히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프레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딱할 뿐이다. 유승민 의원은 "친박이 정리되지 않고, 그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라면 단일화는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선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는데 갈 길은 먼 고달픈 여정을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보수 정치의 혼돈에도 불구하고 보수는 소중히 가꿔가야 할 우리 사회의 자산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보수와 진보의 적절한 균형은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기도 하다. 보수 정치의 좌절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흐트러진 보수를 수습하기 위해선 먼저 친박·비박이라는, 보수 가치와 관계없는 대립 구도를 청산하는 것이 시급하다. 범 보수진영 정치인들부터 조건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보수후보 단일화든, 중도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지지세 확장이든 뜻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 대선이라는 민심 표출의 큰 무대에서, 국민의 30∼40%로 추정되는 보수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는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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