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와 무지 사이·클럽 DSLR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 1985년 남민시(南民詩) 동인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박두규(61)의 산문집. 지리산 자락에 사는 시인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 질서에서 한걸음 물러나 자연과 인간을 바라본다.
"산과 바다의 일상이나 비가 오고 꽃이 피는 일 등이 자연이고 자연의 현상인데 그것들에 무슨 거짓이 있을 것인가. 그래서 성현들은 자연은 진리요 도(道)이고 법(法)이며 생명 그 자체라고 말해왔다. 그러니 인간사 모든 문제의 답도 자연에 있다는 말은 틀림이 없는 말일 것이다."
산지니. 220쪽. 1만3천원.
▲ 저주 토끼 = 반려자 로봇을 만드는 주인공은 자신이 처음 개발한 인공 반려자 '1호'의 녹색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사랑에 빠져버린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후속 모델들은 갈수록 매력적이고 친절하고 결정적으로 인간다워졌다. 하지만 직원 할인가로 구입한 1호는 인공 아닌 '진짜' 반려자가 됐다. 내부전원이 수명을 다해 10분쯤 지나면 말이 어눌해질 때까지도…
러시아를 비롯한 슬라브어권의 SF·판타지 문학을 번역하고 소설도 쓰는 작가 정보라의 창작집. 자신이 만든 로봇을 사랑하게 된 개발자의 이야기를 담은 '안녕, 내 사랑' 등 10편의 단편소설을 엮었다. 작가는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을 통해서,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혼자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고 썼다.
아작. 328쪽. 1만4천800원.
▲ 예지와 무지 사이 =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장경렬(64)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의 평론집.
구전에서 시작해 펜과 타자기를 거쳐 컴퓨터로 발전한 인류의 글쓰기 도구를 우선 조명한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구비문학에서 활자문학으로 바뀔 때처럼 문학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문학의 존재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이 예지의 순간과 무지의 순간을 넘나들고 있음을 인간에게 끊임없이 삶과 현실의 숨결이 감지되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환기시키는 것이 문학이다. (…) 문학은 윤리적으로든 규범적으로든 강요하지 않으면서 깨우침으로 사람들을 인도한다. 바로 이 점에서 문학은 그 어떤 담론보다 교육적이다."
함윤수·함혜련·김종철·나태주·이정주·김기택의 시와 현길언·유익서·김석희·김동민의 소설, 황선미의 동화에 대한 평론도 실었다.
문학동네. 376쪽. 1만8천원.
▲ 클럽 DSLR = 1994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작가 최예원(54)의 첫 소설집. 익명성을 무기로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팽팽한 심리전을 그린 표제작 '클럽 DSLR', 열세 살 소년의 눈으로 시골 장터 풍경을 바라보며 인간의 욕망을 말하는 '오시계' 등 중·단편 5편이 실렸다.
문학세계사. 28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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