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정부·여야 정치권 일제히 환영…"극단주의에 대항한 명백한 승리"
극우 르펜 측 "최종 승리 아니지만 일부 승리" 애써 의미 부여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정당이 예상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자 대선을 5주 가량 앞둔 프랑스 정가에서는 환영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극우성향 대선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1차 투표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유럽과 미국에서 불어닥친 '극우 바람'이 네덜란드에서 일단 차단됐다고 보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엘리제궁은 16일 아침(현지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명의의 긴급논평을 내고 "극단주의에 대항한 명백한 승리"라며 "개방과 타 문화에 대한 존중, 유럽의 미래에 대한 신념 등의 가치들이 세계를 뒤흔든 폐쇄적이고 민족주의적 충돌에 맞섰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네덜란드가) 극우 정당의 부상을 저지했다"면서 "보다 강력한 하나의 유럽을 위한 의지를 드러내 보였다"고 평가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결선투표에서 르펜과 맞붙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중도신당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도 "네덜란드 총선은 극우의 약진이 기정사실이 아니며 진보가 세를 얻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반겼다.
일간 르몽드는 네덜란드 총선 결과에 대해 "유럽에 대한 찬성투표이자, 극단주의에 대한 반대투표"라고 평가했다.
유럽 극우 세력의 최대 보루로 평가되는 국민전선(FN)의 대선후보 마린 르펜은 직접 논평을 내거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의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PVV)이 예상과 달리 지난 선거보다 5석 늘어난 20석을 얻는 데 그치자 국민전선 측은 당혹해 하는 기류다.
FN의 니콜라 베이 사무총장은 이날 프랑스 앵테르 방송에 출연해 "(자유당의) 최종 승리는 아닐지라도 부분적인 승리는 된다"라며 애써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네덜란드 총선 결과는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극우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음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돼 유럽연합(EU) 탈퇴와 보호무역주의 등을 공언해온 르펜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프랑스 대선은 오는 4월 23일 1차 선거가 치러지며, 1차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오는 5월 7일 결선투표를 시행한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1차 투표에서는 르펜과 마크롱이 과반에 못 미치는 1·2위를 기록해 결선투표가 진행되고, 결선에서는 프랑스 유권자들 특유의 극우 견제심리가 발동해 마크롱이 큰 표차로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르펜의 아버지이자 국민전선을 창당한 '원조 극우' 장마리 르펜이 지난 2002년 대선에서 극우 후보로는 처음으로 결선투표에 올랐지만, 결선에서 완패한 전례가 있다.
당시 결선에서 우파 후보 자크 시라크와 맞붙은 장마리 르펜은 중도·좌파 유권자들이 시라크에게 몰표를 주는 바람에 득표율이 20%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극우를 제외한 모든 정파에서 네덜란드 총선 결과만 보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가 "네덜란드 거리를 불안하게 하는 모로코인 쓰레기를 치우겠다"며 선동하는 등 강한 극우 정체성을 표출해온 것과 달리, 르펜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등 혐오 발언을 일삼은 아버지를 당에서 쫓아내는 등 극우 이미지를 완화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르펜은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극우에 대한 반감을 희석시켜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는 전략에 따라 발언의 강도를 누그러뜨려 왔다.
FN은 최근에도 당 관계자가 나치가 가스실에서 유대인을 학살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방송되자 서둘러 징계를 추진하는 등 진화에 나선 바 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