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한국 파스퇴르硏, 다제내성 결핵균 치료법 제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여러 항결핵제가 이미 개발됐지만, 결핵은 여전히 세계인의 사망 원인 10위 안에 드는 질환으로 남아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5년 한해 결핵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180만 명에 이른다.
이렇게 결핵을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는 결핵균이 약에 내성을 갖도록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인데, 이 난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제시됐다.
프랑스와 한국 파스퇴르연구소 연구진은 기존 항결핵제의 내성을 해결해 치료 효과를 높일 방법을 찾아 1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항결핵제 중 '에티오나미드'(ethionamide)는 결핵균이 만드는 'EthA' 효소에 의해 활성화돼 균에 대한 독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효소를 변형하는 돌연변이가 생긴 내성균에 감염되면 약을 투여해도 효능이 나지 않는다.
수년간 관련 연구를 진행하던 연구진은 이번에 에티오나미드를 활성화하는 제2의 효소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 효소에는 'EthA2'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진은 원래 효소가 제 기능을 못하는 내성균이라도 EthA2 효소를 많이 만들어주면, 에티오나미드의 독성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이 효소를 많이 만들도록 유도하는 물질 'SMARt-420'을 새로 합성했다.
실제 에티오나미드 내성결핵균에 감염된 쥐에 약과 SMARt-420를 동시에 투여하자 3주 뒤 폐에 있는 내성결핵균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앞으로 다제내성(MDR) 결핵균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저자인 빈센트 들로름 한국파스퇴르연구소 결핵연구팀장은 "수년간의 결핵 연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학자들은 결핵균의 모든 비밀을 밝히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앞으로 수수께끼 같은 경로를 더 많이 찾고, 다제내성 결핵균 치료에 한발 다가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파스퇴르연구소 결핵연구팀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으로 결핵 연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결핵 치료제 후보물질인 Q203을 발굴해 바이오벤처 큐리언트에 기술 이전했으며, 2013년에는 Q203의 치료 효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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