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액 기준으로 해야 한다" vs "대주주로서 책임 보여야"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유동성 위기에 놓인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대한 3조 원대 지원이 결국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신규 대출을 얼마나 해줄지로 귀결될 전망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17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출을 얼마나 해줄지가 중심이 될 것"이라며 "국책은행의 대출규모는 시중은행이 유동성 지원에 얼마나 참여할지, 회사채의 상환 유예가 얼마나 될지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유동성 지원이 "거의 다 신규 대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올 연말까지 부족자금이 최대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수주 절벽'으로 신규 수주에 따른 선수금이 예상치보다 2조원가량 덜 들어왔고,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이 드릴십 2기의 인도를 거부하면서 잔금 1조원을 주지 않고 있어서다.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최악에는 국책은행이 3조원을 전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현재 산은과 수은 분담 비율을 채권액 기준으로 할 것인지, 이에 수정을 가할지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2월 말 여신잔액은 수은이 9조2천억원, 산은은 4조9천억원이다. 이 기준대로 하면 수은이 산은보다 더 많은 돈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수은은 지분의 79%를 보유한 산은이 대주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실제 채권단이 2015년 10월 4조원2천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을 때에도 채권액 비율과 달리 산은이 수은(1조6천억원)보다 더 많은 2조6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수은은 게다가 조선업종 구조조정의 여파로 지난해 부실채권이 늘어나며 부실채권비율이 국내 은행 중에 가장 높은 4.52%를 기록 중이다. 산은은 부실채권비율이 2015년 5.68%에서 지난해 3.56%로 개선됐다.
수은 쪽에서 채권액 비율보다는 분담 능력에 따라 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기가 나오는 이유다.
산은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채권액 비율이 일반적인 기준인 데다가 수은이 들고 있는 채권의 상당수가 선수금환급보증(RG)임을 들어 채권액 기준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RG는 계약대로 배가 인도되지 못했을 경우 선주가 조선업체에 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선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보증으로, 수은이 보유한 RG는 대우조선이 정상적으로 배를 건조해 선주에게 인도하면 자동으로 줄어든다.
시간이 지나면 채권액이 감소하게 돼 있으므로 수은이 추가로 대출해 줄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수은의 RG 규모는 6조6천으로 전체 채권액의 72%가량을 차지한다.
출자전환에 대해서도 양측이 온도 차를 보인다.
출자전환을 하면 부채비율이 좋아질 뿐 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대출금 감소로 대우조선이 내야 할 이자비용이 줄어들어 출자전환도 해야 한다고 산은은 보고 있다.
수은은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출자전환을 꺼리는 입장이다. 지난해 산은이 1조8천억원 규모로 출자전환했을 때 수은은 출자전환 대신 영구채 매입이라는 선택을 했다.
영구채는 만기 없이 계속해서 이자만 갚는 채권으로, 재무제표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발행회사인 대우조선에는 증자와 마찬가지의 자본확충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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