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코언의 이야기 다룬 '블랙 에지' 출간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스티브 코언(Steve A. Cohen)이라는 이름은 월스트리트에서는 유명한 이름이다. 최고의 헤지펀드 매니저로 자리매김했다가 그 비결이 내부정보 활용이었다는 의혹 속에 지금은 펀드업계를 떠나 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포커에 능숙했던 코언은 미국 명문사립대인 펜실베이니아 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뒤 단타 매매에서 탁월한 실적을 드러냈다.
1992년에는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조합한 SAC캐피털을 설립했다. 9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2008년에는 직원수가 1천200명으로 불어났고 관리하는 자금도 170억 달러(약 19조2천100억 원)에 이르렀다.
그의 회사는 알짜 정보를 가지고 대량의 주식을 사고팔면서 30%에 육박하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고, 그는 펀드업계의 신화가 돼 가고 있었다.
하지만 2012년 5월의 어느 날,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소환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는 것으로 그의 명성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뉴욕연방검찰은 그와 회사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했다고 기소했다.
결국 회사는 유죄를 인정하고 18억 달러의 벌금을 내고 문을 닫았다. 코언이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려고 백방으로 뛰었던 검찰은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하자 합의를 시도했고, 코언은 2018년 이전에는 고객자금 투자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코언이 펀드업계의 신화가 돼 가는 과정과 그의 추락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블랙 에지'(Black Edge)라는 제목에 '내부정보와 더러운 돈, 그리고 월스트리트 최대 지명수배자를 추락시킨 조사'(Inside Information, Dirty Money, and the Quest to Bring Down the Most Wanted Man on Wall Street)라는 부제목이 붙은 저서는 코언의 등장과 번영, 그리고 몰락의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블랙 에지'는 내부정보를 의미하는 월스트리트 용어이다.
저자는 뉴요커(The New Yorker) 전속기자인 쉴라 콜하트카르(Sheelah Kolhatkar). 그녀는 기자가 되기 이전에 헤지펀드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으며, 기자가 된 이후에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서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금융범죄 등을 담당해온 전문가이다.
저자는 코언의 신화와 추락을 다루기 위해 20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코언이 최고의 실적을 내도록 하기 위해 회사를 어떻게 관리했는지를 자세히 파악했다.
예를 들면 경쟁에 시달리는 트레이더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회사에 마사지사를 뒀으며, 목표를 달성한 직원에게는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줬다. 반대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바로 사표를 받았다.
코언의 내부정보 활용과 관련한 수사는 갈레온 그룹(Galleon Group)이라는 다른 펀드를 수사하다가 우연히 시작됐다는 내용과, 연방검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고드는 수사방식으로 피라미드의 정점에 코언이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된 과정도 그리고 있다.
SAC캐피털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 두 회사에 집중투자했다가 이들 회사의 치료제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급매해 순이익 2억5천만 달러를 올린 배경에는 유명한 의과대학 교수로부터 얻은 내부정보가 있었다는 사실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끝내 코언의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코언을 비롯한 펀드업계의 큰손들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나 증권거래위원회(SEC) 관리들보다 한수 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시사하고 있다. 랜덤하우스 출간. 344페이지.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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