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바다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으로 살아 숨 쉬고 있었고 파도는 파도대로 매 순간 오묘한 빛의 율동으로 출렁이고 있었는데, 단 한 번도 같은 빛깔과 몸짓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196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떠난 화가 안영일(83)은 1983년 낚시를 하러 홀로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갔다가 안개가 짙어져 표류한 적이 있다. 당시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던 그는 문득 개안(開眼)과 같은 경험을 했다. 안개가 걷히면서 영롱한 빛으로 반짝이는 황홀한 바다를 본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물' 연작을 시작했다.
종로구 삼청로 현대화랑에서 내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안영일 개인전은 작가가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그린 '물' 연작 30여 점을 소개하는 자리다. 현대화랑에서 31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물'은 팔레트 나이프로 그린 자그마한 사각형이 캔버스를 빼곡하게 채운 작품이다. 자세히 관찰하면 모자이크 같지만, 멀리서 보면 물이 빛을 반사해 일렁이는 듯하다.
이에 대해 작가는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바닷물의 리듬과 박자, 빛을 받아 순간순간 변하는 물 색깔의 율동감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도구가 팔레트 나이프"라고 말했다.
이어 "마음 상태에 따라 사용하는 물감의 두께, 폭은 물론 색상도 달라진다"며 "색의 조화에 따라 자꾸 묘한 작품이 나오다 보니 색에 대한 탐구를 멈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작가의 '물' 연작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도 전시되고 있다. 이 미술관에서 연 한국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10월 1일까지 작품 1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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