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관영언론 통해 틸러슨의 '새 대북접근법'에 대응한듯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 방문에서 '새 대북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자 중국 당국이 관영 매체를 통해 "북핵 위기를 중국 혼자서는 풀 수 없다"면서 '공동책임론'으로 응수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7일 사평(社評)에서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의 일방적 중단을 거절하고, 미국과 한국은 새로운 해법이 없이 중국의 대북 압박이 부족하다고 원망만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지 않으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은행에 압력을 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런 해법을 제시했다.
신문은 "미국은 중국의 은행과 각종 기업이 북한과 여전히 많은 협력을 하고 있다고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이런 오판에 기초해 대북 정책을 세우면 미국은 실패한 과거 20년간의 대북정책보다 더 큰 과오를 범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틸러슨 장관이 강조한 중국 역할론을 반박했다.
이어 "중국은 한반도에 매우 근접해 있고,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실험되고 배치되는 것은 중국 안보에도 장기적인 위협이 된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방법이 있다면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신문은 그러나 북중 무역을 폐쇄하는 것에 대해서는 "핵·미사일 활동을 멈추는 것만이 아니라 북한 전체 인민을 엄벌하는 것이자 북한의 현 정권을 붕괴시키게 될 것"이라며 "이 부분 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대립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데 (미한은) 중국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뒤치다꺼리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일단 북한이 혼란스러우면 제일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중국이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은 이런 요구를 할 권리가 없다"고 강변했다.
환구시보는 대북정책에서 한국과 미국이 좀 더 탄력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문은 "한미 양국의 대북 전략은 탄력성이 부족하다"며 "지난 20년간 대북정책도 제제와 위협을 기초로 해왔다. 여기서 제재와 위협을 더 강화하는 것은 마른 수건을 짜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대북 문제의 해법에 대해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양회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 신문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중문판 자매지로서, 민감한 외교문제에 대해 공산당과 정부의 입장을 전달해왔다. 이 때문에 이 신문의 이런 언급은 18일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둔 상황에서 그가 주장한 새 대북접근법에 대한 대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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