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다른 부처 의견 듣고"…행자부·보훈처 "소관 아냐"
UN "역사적 사건 다룬 행사라 주재국 동의 필요해"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광주 5월 단체가 미국 뉴욕의 유엔(UN·국제연합) 본부에서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를 여는 계획이 정부부처 동의를 기다리며 하세월이다.
5·18기념재단은 올해 5·18 기념식을 유엔본부에서 별도로 열기 위해 한 달 가까이 외교부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재단이 유엔본부에서 열고자 하는 기념식은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개최하는 정부 행사와 무관하다.
5·18단체가 세계의 심장부에서 광주 오월 정신을 알리자는 취지로 준비한 국제연대 행사다.
5·18재단은 행사개최를 위해 지난 1월 말 유엔 비정부기구(NGO) 담당자와 접촉했지만, 유엔 비등록단체라서 한국대표부 대사 동의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재단은 유엔 주재 한국대사가 소속된 외교부 측에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개최 동의를 요청했다.
외교부 국제기구국은 다른 정부기관 입장을 듣고 나서 동의 여부를 정하겠다며 보훈처에 의견을 구했다.
보훈처는 5·18재단이 정부 등록 보훈단체가 아닌 민간단체라서 개입할 바가 아니라는 뜻을 외교부에 전했다.
외교부는 다시 행정자치부에 유엔본부 5·18 기념식 개최 여부를 문의했다.
재단은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행자부로부터 5·18 추모사업비를 국고보조금으로 지원받고 있다.
행자부는 보훈처와 마찬가지로 소관이 아니라는 의견을 외교부에 전달했다.
외교부가 다른 정부부처 목소리만 기다리는 동안 재단과 유엔본부 사이에서 연락책을 맡은 욤비 토나(51) 광주대학교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두 차례나 빈손으로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재단은 욤비 교수를 통해 유엔사무처와 직접 교섭을 시도했으나 '역사적 사건을 다룬 행사는 해당 국가 유엔 주재 대표부 동의가 필요하다'는 지침에 가로막혔다.
지침은 유엔사무처가 주재국과 의견충돌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데, 유엔본부에서 5·18 기념행사를 여는 일은 외교부 등 정부부처 동의 없이 어려운 상황이다.
5월 26일에 행사개최를 계획했던 재단은 예상 못 한 난관에 봉착한 상황을 풀고자 광주시와 함께 행자부에 협조요청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5·18재단 관계자는 "5·18 정부기념일 지정과 전두환 신군부 세력에 대한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이 20년 전 일이다"며 "외교부가 스스로 결정할 일을 왜 차일피일 미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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