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좀먹는 가계부채…부채비율 1%p 오르면 성장률 0.1%p↓

입력 2017-03-1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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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좀먹는 가계부채…부채비율 1%p 오르면 성장률 0.1%p↓

BIS, 25년간 54개국 자료 분석…1년 이내엔 소비와 성장에 '+' 효과

"신용 팽창 통해 경기진작하면 중대한 대가 치를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장기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부양의 여파로 급증한 가계부채가 앞으로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으며 저성장 장기화를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은 18일 '가계부채의 장단기 실질효과'라는 연구보고서에서 1990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23개 선진국과 31개 신흥국 등 54개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소비·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상승하면 1년 이내 단기간에는 해당국의 소비와 성장에 양(+)의 효과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년 이상의 중장기로 기간을 늘려 분석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상승은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포인트 오르면 중장기적으로 성장률이 0.1%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의 마이너스 효과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60%를 넘어서면 더 커지고, 80%를 넘는 국가엔 마이너스 효과가 집중되는 이른바 '문턱 효과'(Threshold effect)가 나타났다.

가계의 늘어난 빚이 단기적으로는 소비로 이어져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이런 성장 저해 효과가 단기의 플러스 효과를 넘어선다는 얘기다.

가계부채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은 근시안적인 정책에 불과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효과를 낼 뿐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셈이다.

이런 분석결과에 대해 보고서는 "정책 담당자들이 가계 빚을 늘리는 '신용 팽창'을 통해 경기를 진작하려 할 경우 심각하고 중대한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2012년 7월부터 8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리며 장기 저금리 시대를 열었고 정부도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주택담보대출의 확대를 유도했다.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는 1년 새 141조원이 급증해 작년 말 현재 사상 최대인 1천344조원에 달했다.







BIS 기준으로 한국의 작년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6%였다. 1년 전 87.0%에 비해 4.6%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의 상승 폭은 노르웨이(7.3%포인트)와 중국(5%포인트)에 이어 BIS가 자료를 집계하는 세계 43개국 중 세 번째로 컸다. 한국의 경제규모에 견준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얘기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자체는 43개국 중 8위였다.

BIS는 이번 보고서에서 "아시아는 남미와 중·동부 유럽 지역보다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은 가장 가계부채가 많은 선진국과 견줄만한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hoon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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