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내부서도 "그대로 통과못해"…NYT "트럼프의 도박"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예산안'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에도 상당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국방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다른 부처 예산을 무차별적으로 삭감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트럼프'를 탄생시킨 핵심 지지층, 특히 저소득 농촌 지역이 직격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미 언론들은 16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들 역시 이번 예산삭감의 칼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도박에 뛰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핵심 지지층까지 등을 돌리게 하는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농업이다. 농무부 예산은 47억 달러(5조3천억원)로 전년 대비 약 21% 삭감됐다.
자연스럽게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한 농촌 지역의 지원 프로그램이 된서리를 맞게 됐다.
미 농업전략센터의 디 데이비스는 "이번 예산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는, 자신을 뽑아준 농촌에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비단 농무부 예산만이 아니다.
별도로 농촌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내무부 예산도 12% 삭감됐다.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의 대외원조 예산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연방정부 차원에서 해외원조용 곡물을 수매하는 사업도 대폭 축소되게 됐다.
보건복지부 소관 저소득층 에너지보조 사업, 민간항공사의 농촌운항 지원사업 등도 축소될 처지에 놓였다.
'여성·영아·아동 특별보조(WIC. Women, Infants and Children)' 예산은 66억 달러(7조5천억원)에서 62억 달러(7조원)로 줄어들게 됐다. 이 프로그램의 수혜층 역시 대부분 농촌 저소득 가정이다.
![](https://img.yonhapnews.co.kr/photo/ap/2017/03/16//PAP20170316171001034_P2.jpg)
당장 세부 프로그램별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로브 포트먼(공화당·오하이오) 상원의원은 3억 달러 삭감된 '이리호(湖) 복원 프로그램' 예산을 원상 복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원 농업위원회 소속 콜린 피터슨(민주·미네소타) 의원은 정치전문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소규모 마을에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고 하수를 처리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의 예산을 삭감했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예산안'을 대폭 손질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찰스 글래슬리 상원의원(공화·아이오와)은 "대통령의 제안이 대폭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통과된 적은 없다"고 경고했다.
하원 세출위원장을 지낸 핼 로저스(공화·켄터키) 하원의원은 NYT에 "이번 예산안은 가혹하며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의회에서 확실하게 재검토할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jun@yna.co.kr
(끝)
![](http://img.yonhapnews.co.kr/photo/yna/YH/2017/03/17//PYH2017031719780034000_P2.jpg)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