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경기에 마이크 잡은 이종범 "저보다 차분하네요"

입력 2017-03-17 17:12  

아들 경기에 마이크 잡은 이종범 "저보다 차분하네요"

이종범-이정후, KBO 최초의 '부자 1라운드' 지명

아들 맹활약에 흐뭇한 마음 드러내기도



(대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해설자들은 경기 중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할 때가 많다.

해설자와 선수의 관계에 앞서,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었던 선후배였기 때문이다.

이종범(46)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이정후(19·넥센 히어로즈) 부자는 1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대면했다.

지난해 넥센에 1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한 이정후는 시범경기 초반 아빠를 똑 닮은 타격 센스를 보여주고 있다.

넥센 구단은 또 한 명의 스타 선수가 등장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날 넥센과 한화 이글스의 시범경기 중계를 맡은 이 위원은 경기에 앞서 타격 훈련하는 아들 곁에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경기에서도 아들이 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조언을 했다.

이날 이정후는 계속해서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히고도 5타수 무안타에 그쳐 타율이 0.385(13타수 5안타)로 내려갔다.

이 위원은 경기 중 "야구선수로 (성장하는데) 실패가 약이 될 수 있다. 지금 뛰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후가 내야 땅볼로 물러나자 "아마추어 선수는 훈련량이 적다. 개인훈련이 뒤따르지 않으면 본인이 생각하는 선수는 절대 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고, 침착하게 볼을 골라내자 "저보다 차분한 것 같다. 저는 현역 때 좋은 공, 나쁜 공 모두 방망이가 나갔다"며 웃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이 위원은 "오늘 안타를 치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4경기 연속으로 경기에 출전했는데, 이건 고등학교 때도 못해본 일이다. 이럴 때 선배들은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고, 또 어떻게 회복하는지만 배워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후의 잘 맞은 타구가 야수의 글러브만 찾아 들어갈 때는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8회초 2사 3루에서 안타성 타구를 한화 2루수 강경학이 호수비로 잡아내자 크게 탄식하기까지 했다.

이 위원은 "이런 것도 경험이다. 잘 안 맞을 때는 출루에 신경 쓰면 된다"고 말했다.

올해 이정후가 출전한 경기에서 이 위원이 마이크를 잡는 것도 종종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려면 이정후가 1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 위원은 "경기에 많이 나오면 좋겠지만, 올해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어차피 군대도 다녀와야 한다"고 아들에게 멀리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4b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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