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예산 3년째 동결…'돌봄 증설금지 원칙' 고수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학부모 수요는 늘고 있으나 정작 돌봄교실 규모는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은 돌봄교실 증설을 요구하고 있으나 경기도교육청은 3년째 예산을 동결하고 돌봄교실 '증설금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19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수원의 A초등학교는 초등돌봄교실(오후돌봄) 3개실(1학년 2개실·2학년 1개실)을 운영하고 있다.
돌봄교실 학생정원은 교실당 20명(최대 22명)이지만, 이 학교는 원하는 학부모가 많아 교실당 26∼27명의 학생을 받았다.
그러고도 대기자가 15명이나 된다.
돌봄교실을 늘리고 싶지만, 교육청이 허가하지 않아 마음껏 늘릴 수도 없다.
용인의 B초등학교는 작년까지 운영하던 저녁돌봄교실을 올해부터 없앴다.
저녁돌봄은 오후돌봄 운영시간을 2시간 정도 더 연장해 오후 7시 전후까지 학생들을 학교에서 맡는 서비스다. 저녁 식사(수익자부담 원칙)도 제공한다.
B초등학교 돌봄교실 보육전담사는 "올해 저녁돌봄을 원하는 가정이 있었으나 신청자가 적다는 이유로 학교가 운영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돌봄교실은 크게 오후돌봄(방과후∼오후 5시 내외)과 저녁돌봄(오후 5∼7시 내외)으로 나뉜다. 저소득, 한부모, 맞벌이 가정 자녀가 주요 대상이다.
계약직 근로자인 초등보육 전담사가 교실을 맡아 학생 지도 및 보육 또는 교육을 도맡으며 정규교사 1명이 담당교사로 지정돼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진다.
작년 기준으로 경기 초등돌봄교실의 학생수용률은 97.8%였다. 전체 신청자 중 2.1%에 해당하는 1천100여명의 학생이 돌봄교실을 원했지만 들어가지 못했다.
도교육청은 돌봄교실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 올해 수용률이 작년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초등돌봄교실의 인기는 맞벌이 부부가 느는 데다 소정의 간식비 정도만 내면 자녀를 학교에서 맡아줘 육아에 대한 가정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교육현장에선 '보육은 교육기관인 학교 본연의 업무가 아니다'라는 부정적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수원의 C초등학교 교감은 "정규교육과 관련 없는 일이기 때문에 교사들도 돌봄교실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며 "방과 후 빈 학교에 교사 1명과 전담사, 학생들만 남아있어 안전상의 문제도 있어 학교로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이라도 된 듯 경기도교육청은 초등돌봄교실 사업예산을 3년째 동결했다.
초등돌봄교실 예산(본예산 기준)은 2016년 537억원, 올해 548억원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작년보다 11억원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전부 보육전담사들의 인건비 인상비"라며 "순수한 사업비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동결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년 10개가 넘는 학교가 신설된 점을 고려하면 예산은 매년 축소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예산 규모가 날로 줄어들자 도교육청은 3년째 돌봄교실을 전년도 범위 내에서만 운영하라는 '증설금지 원칙'을 학교에 안내하고 있다.
저녁돌봄은 '신청 학생이 5명 이하인 경우 운영을 지양할 것'이라고 운영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도교육청의 예산축소와 증설금지 방침은 결국 돌봄교실 축소를 가져왔다.
올해 저녁돌봄교실은 150여개실로 작년보다 40여개실 줄었다.
오후돌봄교실은 1천250교(분교 포함) 2천680개로 작년보다 12개실 정도 늘었지만, 올해 18개 학교가 신설된 것을 고려하면 오후돌봄교실도 감소하는 추세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는 교육청에 지원금을 주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지원금을 끊고 알아서 예산을 책정하라고 한다"며 "돌봄 사업도 마찬가지라 교육청으로선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직장 여성은 "초등학교 입학하면 돌봄교실이 있어 사정이 좀 나아지리라 기대했는데 교실이 적어 탈락할 줄 몰랐다"라며 "부모들이 원하는 만큼 교실을 늘려주거나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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