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소, "백악관국가안보회의에 재무장관 참석 등 국가경제안보 전략 필요"
"美, 동맹들이 中에 경제 핍박당하면 동맹 지원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지난 20년간 미국이 독점해온 경제력 무기 활용을 이제는 중국이 배워 따라 하고 있다"
에릭 B. 로버를 비롯한 미국의 경제 제재 전문가 10여 명이 펴낸 연구보고서 '미국 이익 확보 방략: 경제력 무기의 시대'는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에 따른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주요 사례로 들며 군사력 사용에 앞서 경제력을 무기로 자국의 외교안보목표를 달성하려는 경제전쟁이 본격 전개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방어재단(FDD) 산하 '제재·불법금융센터' 소속 연구원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이란, 북한, 이슬람국가(IS) 등 다수의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들이 미국이 날카롭게 벼려온 경제적 강압수단들을 배워서 같은 수법을 쓰거나,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한 미국 국익 훼손을 막기 위해 새로운 '경제국가안보' 전략을 짜야 한다고 트럼프 행정부에 건의하는 게 이 보고서의 목적. 당연히 중국이 미국의 경제국가안보에 대한 최대 경쟁자로 상정돼 있다.
주 필자인 로버는 롯데에 대한 중국의 각종 제재에 대해 "낯익어 보인다면, 맞다"며 "중국은 미국의 경제 책략과 제재의 눈부신 기록을 배워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고 최근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중국판 경제적 강압 책략'에서 지적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목표로 삼은 국가에 전면적인 제재를 가하는 대신 각종 규제장치, 구매 결정, 특정 상품의 수입 금지, 전략 물자의 수출 제한 등 좀 더 교묘한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해양분쟁 상대국 중 일본에 대해 지난 2010년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것이나, 2012년 바나나 등 필리핀산 농산품의 중국 수입 금지 등으로 필리핀에 제재를 가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중국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이러한 제재들 외에도, 미국의 군사시설이나 그 주변 자산들에 대한 중국 기업의 구매 시도, 미국 동맹국들의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중국 국영기업의 구매 시도 등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 일부도 미국 이익에 위협을 제기하는 중국의 경제력 무기화 전략으로 봤다.
미국은 압도적인 경제력과 미국 달러화의 안전성 덕분에 "이러한 경제 전장에서 유일무이하게 유리한 입지"에 있었으나 이제는 중국 등의 등장으로 경쟁이 불가피한데, 그동안 공격자 입장에서만 있었기 때문에 중국 등의 경제력 공격에 대한 수비 태세가 미흡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제력 공격 면에서도 관계기관마다 산발적이고 정보공유도 되지 않아 체계성이 부족하다며 포괄적인 국가경제안보 전략을 수립할 것과 그에 따른 정부조직 개편으로 국가안보를 위한 경제력 무기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가 제언한 중국의 경제력 공격에 대한 방어책 가운데 "동맹국들이 중국의 제재 위협을 받을 때 동맹국들을 도와야 한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가령 동중국해나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이 일본이나 필리핀을 상대로 경제적 강압 책을 쓸 경우 이들 나라에 희토류를 판매하거나 이들의 수출품을 미국 기업이 사들이도록 미국 기업에 세제 혜택 등을 주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 동맹국들을 경제적으로 강압하는 데 상응해 미국이 중국을 경제적으로 제재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제언한 대안 중에도, 한국행 발길을 딱 끊은 중국의 관광객들을 대신할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보고서는 미국의 국가경제안보 강화를 위해 외국인 투자의 국가안보 침해 여부를 심사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의무심의 범위를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중국 국영기업의 투자로 확대하고, CFIUS 산하에 정보기술분야 신생기업이나 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만 전담할 분과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또 미국의 첩보동맹인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다섯 개의 눈(Five Eyes)'간 중국의 전략적 투자 등에 대한 정보공유 체제의 구축 필요성도 주장했다.
보고서는 재무부에 국가경제안보 전략을 수립하는 정책기획실을 설치하고, 백악관에 경제제재자문위원회를 민·관 합동으로 구성하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재무장관을 정규 멤버로 참석시키는 방안도 제시했다.
FDD는 초당적인 연구소라고 스스로 소개하고 있으나, 미국 언론들에 의해 '친이스라엘'적인 경향이 있으며 미국기업연구소(AEI) 등과 같이 네오콘적인 성향도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가 공격적인 경제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FDD의 보고서가 제언한 국가경제안보 전략과 접점이 클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필자들은 "미국의 국가경제안보 분야 각 구성요소의 상호작용을 포괄적으로 규명한 최초의 보고서"라고 자평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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