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한국계인 장 뱅상 플라세 프랑스 국가개혁담당 장관의 자서전이 번역 출간됐다.
플라세 장관(한국 이름 권오복)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뒤 수원의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7세 때인 1975년 프랑스로 입양됐다. 2011년 프랑스 녹색당 소속으로 상원에 입성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국가개혁담당 장관으로 취임했다.
자서전 제목은 프랑스어로 '뿌르꾸아 빠 무아!'(Pourquoi pas moi), 우리말로 해석하면 '내가 못 할 이유는 없지'라는 뜻이다.
책은 1975년 7월23일 프랑스 땅에 첫발을 내디딜 때 장면으로 시작한다. 성경책 한 권과 셔츠와 반바지, 갈아입을 팬티가 든 밤색 가방을 들고 프랑스에 도착한 입양아가 프랑스의 유력 정치인이 되기까지 어린 시절을 비롯해 자신이 받은 교육, 정치입문과 활동을 되돌아본다.
아무래도 관심이 가는 부분은 한국과 관련한 대목이다.
플라세 장관은 어렸을 적 자신이 버림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한국의 기억을 애써 지우면서 자랐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친부모에 대해 알려 하지도 않았다. 그가 관련 정보를 들은 것은 2011년 43세 때 상원의원이 된 뒤에야 파리 주재 한국 대사로부터였고 한국 음식을 다시 먹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고 고백한다.
생부는 프랑스로 치면 도의회 의장에 해당하는 인물이었고 최근에 생부 가문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지만, 응답도 하길 원치 않는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그는 "오랫동안 다소 무의식적으로 한국과 거리를 두어왔다"면서 "나 자신을 형성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했고 무의식적으로 선과 악의 개념을 각각 프랑스와 한국에 대입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플라세 장관은 "나이가 들면서 비로소 나의 시원(始原)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면서 딸이 태어난 뒤 파리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딸의 첫돌 축하 연회에도 참석하는 등 한국과 '화해한' 듯한 심정도 토로한다.
그는 에필로그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이 자신을 낙천주의자로 만들었다고 회고한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좋지 않은 기억은 덮어버리는 법을 배웠다.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돌이켜 보면, 내가 자라면서 다부지고 적극적이었던 것은 고아들을 위한 양육기관을 거쳐 온 덕분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가끔은 운명을 극복할 수 있으며 남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생각한다."(193쪽)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의 기자 출신으로 플라세 장관과 오랜 친분을 쌓은 로돌프 게슬레르가 함께 썼다.
리에종 펴냄. 김용채 옮김. 256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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