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질문' 해야할 의원들은 '독백하거나 정쟁하거나'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류미나 박수윤 최평천 기자 = 대통령 탄핵 이후 정국 정상화와 민생 위기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열린 17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는 이틀 연속 맥빠진 장면이 연출됐다.
질문자인 국회의원 의석은 텅텅 비었고 답변자인 정부 측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주요 부처 수장들은 해외출장 등 이런저런 이유로 대부분 불참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주요 현안으로 대두했지만 윤병세 외교부 장관,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모두 차관을 대리 출석시켰다.
연단에 오른 의원들은 1인당 10분인 발언 시간의 대부분을 정부를 상대로 한 질문이 아닌 각자의 주장만을 나열하는 '독백 무대'로 활용했다.
자유한국당 이철우 의원은 대선 전 개헌에 부정적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비난하고,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황 권한대행에 대해 "정당성이 미흡한 '비(非)선출 과도정부'가 선출 권력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질타하는 데 각각 5분 이상을 할애했다.
그나마 질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사드배치 문제를 두고도 구태적 정쟁만이 쳇바퀴처럼 반복됐다는 평가다. 한국당 등 '구(舊) 여권'은 정부의 논거를 앵무새처럼 반복했고, 야권은 "사드는 군사무기가 아닌 정치무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철우 의원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사드를 한 번 배치하면, 한미동맹에 의해서 결정했기 때문에 어느 누가 (차기 정부에) 들어와도 바꿀 수 없다고 확정적으로 말해야 국민이 안심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윤종필 의원은 "내부 분열로 인해 우리 자신이 희생을 자초한 임진왜란 같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돼선 안된다"면서 "사드배치 (결정 문제를) 차기 정부에 넘기라는 주장은 국익에 해롭다. 안보만큼은 정치권과 대선 후보, 국회에서 통일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한민구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주한미군의 사드발사대 반입 일정을 사전에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국회를 농단했다", "국민을 우롱·기만한 것"이라고 쏘아붙이며 "국회는 위증죄로 한 장관을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레이더 따로, 미사일 따로 건건이 들여오며 뉴스거리를 만드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뒤 "사드로 북한의 미사일이 완전히 억제되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며 "군사무기보다는 정치 무기의 성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야권 의원들은 이밖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와 관련해 청와대 압수수색, 최순실 일가 재산 몰수, 삼성 외 재벌기업으로의 수사확대 및 전국경제인연합 해체 등 철저한 수사와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데 질문을 주로 집중했다.
이밖에 ▲고령화·저출산 등에 따른 인구절벽 해소 ▲ 여성 경력단절 문제 및 성과연봉제 등 노동 현안 해결 ▲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리는 가짜뉴스 근절 대책 등 민생 현안에 대한 질의가 간간이 이어졌지만, 비중 면에서 '구색 맞추기' 수준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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