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내겠다" vs "안가겠다"…정유라 송환 '법정공방' 새국면(종합)

입력 2017-03-17 23:04   수정 2017-03-1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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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내겠다" vs "안가겠다"…정유라 송환 '법정공방' 새국면(종합)

정씨, 망명까지 추진하며 '지연작전'…송환 성사까지 갈 길 멀어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덴마크 검찰이 17일(현지시간) 정유라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함에 따라 불법 특혜와 비리 혐의를 받는 정 씨를 한국으로 데려와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을 넘게 됐다.

하지만 정씨가 검찰의 송환 결정에 반발,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고 소송에 나서겠다며 검찰의 결정을 뒤집기 위한 법정싸움을 공식화함에 따라 실제 송환이 성사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덴마크 검찰이 고심 끝에 정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것은 한국 특검이 정 씨에 대해 제기한 혐의들이 그만큼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덴마크 법에 따르면 징역 1년 이상의 중범죄자에 대해 송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덴마크 검찰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씨 사건을 철저하게 검토한 결과 한국으로 송환하기에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면서 "한국 검찰에서 처벌받도록 하기 위해 정씨를 송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씨는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점 특혜, 불법자금 유출 및 돈세탁, 삼성의 승마지원을 빌미로 한 제3자 뇌물 연루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1일 정씨를 체포한 뒤 한국 특검이 보내온 범죄인 인도(송환) 요구서에 적시된 정 씨 혐의와 정 씨 대면조사 결과, 한국 특검에 추가로 요구해 받은 자료를 토대로 정씨가 송환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왔다.


정 씨는 그동안 자신의 혐의에 대해 "엄마가 모든 것을 해서 나는 모른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발뺌으로 일관했다.

또 자신에게 범죄혐의를 제기한 특검은 야당이 추천해 임명된 만큼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며 자신이 한국 내 정치세력간 권력다툼의 희생양임을 부각하며 송환은 부당하다고 읍소해왔다.

하지만 덴마크 검찰은 정 씨 체포 76일째에 정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검찰은 애초부터 정 씨가 송환대상 요건에 부합한다는 전제 아래 세 차례 구금 연장을 거쳐 신병을 확보해 놓고 최종적으로 송환을 결정했다.




특히 정씨가 송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소송에서 검찰의 결정이 번복되는 일이 없게 하려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검찰이 정 씨를 송환하기로 최종 결심한 데에는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해 파면을 확정지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최경희 전 총장을 비롯한 이화여대 교수들을 '학사 특혜'와 관련해 구속기소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씨의 혐의와 연결돼 있는 주요 인사들이 한국에서 범죄혐의가 인정돼 탄핵되거나 구속되면서 정 씨의 처벌 가능성도 커짐에 따라 덴마크 검찰이 정씨를 한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결정하는 논리적 근거를 확보하는 데 힘을 보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덴마크 검찰이 정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것은 정 씨가 송환거부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법정에서 번복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 씨의 변호를 맡은 피터 마핀 블링켄베르 변호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의 이번 결정에 대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법정에서 따질 것"이라며 "소송 방침은 이미 오래전에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 씨 송환 문제는 검찰의 송환여부 결정이라는 1라운드에서 '법정 싸움'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다.

덴마크 법에 따르면 정 씨는 최소한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 두 차례 재판을 통해 송환 결정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다. 또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이론상으로는 대법원 상고도 가능하다.

정 씨 변호인은 "우선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이어 고등법원으로 갈 것이며, 가능하다면 궁극적으로는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 씨 변호인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법원에서도 정씨를 송환해야 한다고 최종 결정하면 정치적 망명을 신청할 것"이라며 '망명카드'까지 내놓았다.

이에 따라 검찰의 송환 결정에도 불구하고 정씨가 실제로 한국에 송환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송환 거부 소송과 정치적 망명 추진은 검찰의 송환 결정을 완전히 뒤집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송환 시간을 끌기 위한 지연작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 씨로서는 일단 시간끌기에 성공한 면도 있다.

덴마크 검찰이 정씨 송환 문제를 검토하는 사이에 한국 특검은 활동시한을 마쳤다.

이에 따라 정 씨는 특검의 칼날을 피했다. 물론 특검의 수사결과는 한국 검찰에 넘겨졌고 이제부터는 한국 검찰이 정 씨 문제를 다루게 된다.

시간끌기가 정 씨에게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특검은 정 씨의 송환 지연 전술을 예상하고 정씨 체포영장의 기한을 오는 2013년 8월까지 6년 6개월간으로 지정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뿐만 아니라 정 씨가 한국 송환을 거부하며 덴마크 올보르 구치소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나중에 한국에서 처벌을 받게 될 경우 이 기간은 복역 기간으로 삽입이 안돼 정 씨로써는 사실상 이중으로 처벌받는 상황을 자초할 수도 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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