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9천여 농가 8억여원 대상…환수율 25% 수준
당국 "쌀값하락으로 불가피"…농민 "농정실패 책임전가"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1년 내내 농사를 지어 생산한 벼 한 가마로 담배 한 보루도 살 수 없다니 될 말인가. 거기다가 작년에 줬던 쌀값까지 내놓으라니 농사를 지을 맛이 나겠어…"
충북 괴산의 A(58)씨는 이달 초 집으로 배달된 우선 지급금 반납 고지서를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
A씨는 지난해 가을 200여 가마의 벼를 공공비축비로 수매하고, 900여만원을 받았다. 비슷한 양을 수매한 재작년보다 수매가가 100여만원이 줄어들어 속이 상했다.
그런데 그나마도 15만원을 반납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A씨는 "매년 쌀값이 떨어져 4천평 가량 벼농사를 지어도 손에 쥐는 것이 1천만원도 안된다"며 "평생을 천직처럼 생각하고 농사를 지었지만, 이제는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정부가 쌀 농가를 대상으로 초과 지급된 우선 지급금 환수 절차에 들어가면서 농촌 들녘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매년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용 벼를 매입하면서 8월 산지 쌀값의 90% 수준의 우선 지급금을 농민에게 준 뒤 10∼12월의 쌀값의 평균을 기준으로 최종 가격을 결정해 그 차액을 정산한다. 그동안 최종 결정액이 우선 지급금보다 낮은 사례가 없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쌀값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중가의 93%인 4만5천원(1등급 40㎏ 기준)에 벼를 매입했다. 그러나 최종 가격은 860원이 적은 4만4140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재작년 5만2천원보다 무려 15%가량이 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이미 지급한 우선 지급금의 차액 환수에 나섰다.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에서는 9천여 농가가 총 8억6천여만원의 우선 지급금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농가당 평균 9만5천원 수준이다.
농민들은 쌀값 폭락으로 소득이 많이 줄어드는 타격을 입은 데다 이미 지급된 우선 지급금까지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우선 지급금 환수는 충북에서 대상 금액의 25% 수준인 2억1천여만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반발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전국농민회 총연맹 충북도지부는 "쌀값 하락 등 농정실패의 책임을 농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환수 거부운동에 나섰다.
시·군별로 우선 지급금 환수 고지서를 모아 소각하는 투쟁도 벌일 예정이다.
전국농민회 총연맹은 다음 10일 서울에서 전국 농민대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투쟁 강도를 높여갈 태세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우선 지급금 환수 조치는 처음 발생한 일이어서 농민들의 입장에서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쌀값 하락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농민들을 설득해 우선 지급금을 환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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