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가 60여 년간 남긴 산문을 한 데 모은 4권짜리 전집이 출간됐다.
출판사 은행나무가 '미당 서정주 전집'의 8∼11권으로 펴낸 산문 전집에는 서정주가 등단하기 전인 1935년부터 각종 지면에 발표한 산문 247편이 주제에 따라 나뉘어 실렸다.
8권 '떠돌이의 글'에는 20대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방랑기와 인생 편력이 솔직담백한 문체로 담겼다. 9권 '안 잊히는 사람들'에는 가족·지인에게 쓴 편지 15편과 김영랑·황순원·천경자·백건우 등 생전에 교류하던 지인들의 인물론 24편을 실었다.
'풍류의 시간'으로 이름 붙인 10권은 미당 정신의 정수인 신라정신과 불교사상에 대해 쓴 글을, 11권 '나의 시'는 자작시 해설과 후배에게 주는 글 등을 모았다.
서정주는 1992년에 쓴 '일정 말기와 나의 친일 시'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도 몽골의 침략 때나 청나라의 병자호란 때처럼 또는 이조 말기와 한일합병 때를 살아남아서 자손의 때만을 의지하고 사신 내 아버지처럼 당하며 견디고 살밖에 별수가 없다는 생각을 내게 되었다"고 썼다.
"일정 말기에 국제 정세에 대한 무지로 일본의 지배가 오래갈 걸로 알고 자손지계를 위해 일본에 순응해 살기로 작정했던 사실에 대한 책임도 나는 조끔치라도 문제가 되는 날까지는 꾸준히 지켜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서약하면서도 친일에 가담해 쓴 글의 제목과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남호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등 서정주의 제자와 연구자들은 전집 간행위원회를 꾸려 서정주 탄생 100주년인 2015년 시 전집 5권을 엮었다. 작년에는 2권짜리 자서전을 냈고 앞으로 시론·방랑기·소설·희곡 등을 추가해 전체 20권으로 전집을 완간할 계획이다.
미당 서정주 전집 간행위원회는 "선생의 문재와 문체는 유별나서 어떤 종류의 글이라도 범상치 않다"며 "'문학적 자서전'과 같은 산문은 문체를 통해 전달되는 기미와 의미와 재미가 풍성하여 미당 문체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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