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국민연금이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민감한 사안에 기권이나 중립 의사를 밝혀 주총 거수기라는 비판에서 못벗어났다.
국민연금은 17일 현대자동차[005380] 정기 주총에서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리행사를 포기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차 지분 8.02%를 가진 국민연금이 이날 어떤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지를 두고 시민사회 안팎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국민연금은 같은 안건에 대해 2008년과 2011년에는 반대표를 던진 적이 있다. 정 회장의 과거 횡령·배임 전력을 문제 삼았다. 2014년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업계를 통해서 기권 사실이 알려졌지만, 국민연금은 공식적으로는 주총에서 찬반 어느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반대하면 이유를 밝히도록 규정돼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밝힐 근거 조항이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포스코[005490]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관해서도 '중립'을 행사한 적이 있다.
지분 10.8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권오준 회장의 연임에 '중립'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사회적 논란 확산으로 기업 가치 등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어 '중립'으로 결정했다"고 의결 과정을 설명했다.
당시 포레카 매각 등 의혹이 있지만 '반대'가 아닌 '중립'으로 결정한다는 의미다. '중립' 투표는 다수 의견을 따르겠다는 의미여서 권 회장은 무리 없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와 관련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국민연금이 민감한 결정에 뒤따르는 파문을 피하려고 중립 또는 기권표를 행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을 결정하면서 국민이나 주주의 권익이 아니라 정부 고위층의 압력에 따라 합병 승인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한 해 지분을 보유한 기업 753곳의 주총에 참석해 3천35건의 상정안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찬성이 2천715건으로 89.46%에 달했고 반대는 306건으로 10.08%에 그쳤다. 나머지 14건(0.46%)에 대해선 중립 입장을 취하거나 기권했다.
다만, 국민연금은 이날 효성 주주총회에서는 감사위원 선임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통상 감사위원의 재임 기간이 너무 오래된 경우 경영진과 유착되는 것을 우려해 반대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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