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비용 부담 크고 대체시설 없어…양성화해달라" 버티기
행자부 "명백한 옥외광고물법 위반" 철거 안 하면 패널티 검토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지역 축제나 특산물 등을 홍보하는 대형 광고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광고판 10개 중 9개는 불법 광고물이다.
심지어 이런 불법 광고판의 대다수가 지방자치단체 소유다.
불법 광고물을 단속해야 할 지자체들이 수년째 불법 광고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 이유가 뭘까.
19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도로변 미관 개선을 위해 기존의 공공 광고판을 포함한 모든 광고물의 일제정비를 골자로 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이 2007년 12월 21일 개정됐다.
개정법에서는 도시 지역 외 고속국도, 일반국도, 지방도의 도로경계선 및 철도경계선에서 500m 이내에는 일명 '야립 간판'으로 불리는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다.
단 행자부 산하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옥외광고센터에 도로변 광고 운영권을 줬다. 센터의 광고 수입은 올림픽 등 주요 국제행사를 치르는 기금으로 쓰인다.
행자부는 이 법의 시행령에 따라 2011년 7월까지 3년의 유예 기간을 준 뒤 전국의 지자체에 불법 광고판 자진 철거를 명령했다.
이전까지는 지자체의 정책 홍보 수단으로 임의 설치가 가능했던 광고판이 졸지에 불법 광고물이 된 셈이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법 광고판 태반이 그대로 남아있다.
경부·중부·중앙·영동 고속도로가 지나는 충북의 경우 도로변 불법 광고판이 올해 현재 74개에 이른다. 이 중 50개가 공공용이고, 나머지는 상업용이다.
광고업계에서는 도로변에 설치된 이런 불법 광고판이 전국적으로 1천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옥외광고센터가 설치한 합법 광고판이 150개 정도임을 고려하면 대략 광고판 10개 중 9개는 불법이라는 얘기다.
행자부의 명령에도 지자체들이 광고판 철거에 미온적인 이유는 광고판 1개를 철거하는 데 수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철거하고 옥외광고센터의 광고판을 이용하려면 숫자가 적어 경쟁이 치열하고, 한 달에 개당 2천만∼3천만에 달하는 사용료를 내야 하니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연초 행자부의 불법 광고판 철거 공문이 내려오면 지자체마다 철거 계획만 세우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 요식행위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관련법을 개정,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해 기존 광고판을 양성화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무작정 광고판을 철거하라고만 다그칠 게 아니라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해 일부 만이라도 양성화시키는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이미 광고판을 철거한 곳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양성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지자체의 자진 철거가 지연됨에 따라 강제 수단을 동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지자체의 자율에 맡겼지만 이행률이 너무 낮아 실적에 따라 국비를 차등 지원하거나 포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패널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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