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의 기적' 폐교 1순위서 교육부 우수학교로 변신

입력 2017-03-19 06:00  

'방과후학교의 기적' 폐교 1순위서 교육부 우수학교로 변신

청양 수정초 차별된 방과후학교로 학생 수 19명→62명 증가

(청양=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지난 17일 오후 3시.

충남 청양군 대치면 칠갑산 자락에 있는 수정초등학교 강당에 섬세하고 오묘한 해금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학생들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해금으로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을 연주한 것이다.




간혹 박자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거나 음정이 틀리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악보를 보는 그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꼿꼿이 앉아 해금을 연주하는 게 힘들 법도 한데 아이들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6학년 윤신아양은 "평소에는 보기 힘든 악기인데 제가 연주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악기 소리가 맑고 경쾌해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해금 소리가 사라지기 무섭게 이번에는 가야금 소리가 강당을 가득 메웠다.

학생들은 한 손으로 줄을 흔들고 누르며 다른 한 손으로 줄을 뜯거나 밀며 드라마 대장금의 OST '오나라'를 연주했다.

같은 시간 운동장에서는 3∼4학년 학생들이 플라잉디스크(원반던지기)에 푹 빠져 있었다.

웃고 떠드는 모습이 쉬는 시간 같지만, 강사가 원반 던지는 방법을 설명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해졌다.

오후 4시가 되자 일부 학생들은 미술실에 설치한 골프연습장으로 이동해 스윙 연습을 했고, 또 다른 학생들은 체육관 한편에 마련한 암벽등반실에서

암벽 등반을 익혔다.




'이곳이 초등학교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학교 곳곳에서는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1947년 대치국민학교 주정분교로 개교한 이 학교는 한때 교실을 신축해야 할 정도로 학생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통학 불편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2000년대 들어 학생 수가 급감했다.

2014년 입학 예정자가 한 명도 없게 됐고 학생 수는 19명으로 줄어들면서 통폐합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해 충남교육청에서 방과후학교 담당 장학사였던 류동훈 현 교장이 공모 교장으로 부임했다.

류 교장은 "시골 학교를 살리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학교에 와보니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앞이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위기를 극복한 것은 '방과후학교 특성화 교육'이었다.

류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은 "맞벌이 부부가 많으니 학교가 아이들을 늦게까지 보호하며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교직원들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선정 작업과 함께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위해 '예술꽃 씨앗학교' 공모 준비를 시작했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소규모 학교에 대해 공연예술, 음악예술, 시각예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수정초는 지난해 예술꽃 씨앗학교 사업에 선정됐고, 2019년까지 예산을 지원받아 전문 국악인으로부터 장구·가야금·판소리·해금 등을 배울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피아노, 태권도, 영어, 드론, 한자, 골프, 미술, 종이접기, 컴퓨터, 인라인스케이트 등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한 학기에 적어도 열 가지 이상의 방과후학교에 참여한다.

놀며 공부하며 오후 5시까지 학교에서 생활한 뒤 스쿨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강습비는 물론 재료비도 모두 무료다.

수정초가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학부모들 사이에 퍼지면서 이 학교의 재학생은 62명으로 늘었다.

폐교 1순위 학교에서 대기 번호를 받아야 입학할 수 있을 만큼 주목받는 학교로 변신한 셈이다.

이런 노력 끝에 2015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교육부로부터 전국 100대 방과후학교 우수학교로 뽑혔다.

류동훈 수정초 교장은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학교가 단순한 지식을 배우는 곳이 아닌 삶의 지혜와 경험을 배우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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