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경 전환' 트럼프 새 대북정책 곧 나온다…선제타격 옵션도

입력 2017-03-18 00:15   수정 2017-03-18 08:19

'초강경 전환' 트럼프 새 대북정책 곧 나온다…선제타격 옵션도

외교-경제-금융망 전방위봉쇄…대북-대중 '투트랙 압박'

테러지원국-세컨더리보이콧-사이버전-전술핵배치 논의

의회에선 정권교체론까지…대북금융망 차단-세컨더리보이콧 시동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초강경 대북메시지를 발신함에 따라 조만간 마련될 '트럼프표' 새 대북정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한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정부의 '외교사령탑'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군사행동 불사를 포함한 초강경 대북메시지를 발신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다시 한 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공개로 비판하고 나섰다.

두 사람의 공통된 메시지는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직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한 만큼 폐기하고, 이제는 강력한 새로운 대북정책을 구사할 시점이라는 게 그 핵심이다.









◇트럼프-틸러슨, 핵·미사일 도발 北에 공개 경고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북한은 매우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 그들은 여러 해 동안 미국을 가지고 놀았다(playing). 중국은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틸러슨 장관의 고강도 대북 경고메시지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은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내외신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은 이제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포괄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외교적, 안보적, 경제적 모든 형태의 조치를 모색하고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특히 대북 군사 옵션에 대해 "군사적 갈등까지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만일 북한이 한국과 (주한)미군을 위협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다. 위협수준을 더 높여 어느 수준까지 가면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핵과 미사일 시설 선제타격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두 사람의 이런 경고메시지는 새 대북정책에 고스란히 담길 것으로 보인다.

◇새 대북정책 어떤 내용 담길까

트럼프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작업을 이르면 이달 중 마무리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대북정책이 이달 중 완성되더라도 최종 확정돼 공개되는 시점은 다소 유동적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2인자'인 캐슬린 T. 맥팔런드 부보좌관이 지난달 관련 정부 부처의 안보관리들을 소집해 '주류에서 벗어난' 의견까지 포함해 다양한 대북 방안을 제시하도록 지시했고, 이에 따라 각 부처에서 검토 가능한 옵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틸러슨 장관 역시 전날 "모든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정부는 외교·경제·군사력을 총동원한 전방위 대북압박 강화, 그리고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에 대한 실질적 압박의 '투트랙' 전략을 큰 축으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전 오바마 정부 때부터 지속해 온 유엔 안보리 제재와 양자제재 등 모든 대북제재를 전방위로 확대·강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주요 핵시설 선제타격, 정권교체, 테러지원국 재지정, 사이버전 강화, 전술핵 한국 재배치 등의 고강도 조치들이 논의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






'김정남 VX 암살' 사건을 계기로 신경성 독가스 VX 등에 대한 대응책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오바마 정부에서는 금기시됐던 선제타격론이 포함될지 여부다.

선제타격의 경우 자칫 국지전을 촉발하고 일본과 한국, 그리고 양국에 주둔 중인 수만 명의 미군 등에 막대한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등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을 때를 대비해 옵션으로 열어둘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위협수준을 더 높여 어느 수준까지 가면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역시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어떤 것(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마련 작업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 밥 코커(테네시) 상원 외교위원장, 코리 가드너(콜로라도)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 등 공화당 지도부급 인사들도 선제타격을 포함한 초강경 대북대책 마련을 압박하고 있다. 미 의회에선 정권교체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두 번째 관심사는 테러지원국 재지정 포함 여부다.

오바마 정부에서 지지부진했던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는 김정남 VX 암살 사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재지정 요건과 절차가 복잡하긴 하지만,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대량파괴무기(WMD)인 신경성 독가스 'VX'를 사용한 데 대해 전 세계가 공분하고 있어 재지정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는 분위기다.

북한은 1987년 11월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으로 이듬해 1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으나,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 검증 합의에 따라 2008년 11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세 번째로 주목할 만한 조치는 트럼프 정부가 과연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지 여부다.

미국의 독자제재인 세컨더리보이콧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기관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사실상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의 기업과 기관을 직접 겨냥함으로써 북한을 실질적으로 옥죄는 수단이다.

이는 평소 '중국 역할론'을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구상을 가장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유효한 카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의 공조를 바탕으로 최근 북한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까지 퇴출시킨 미국은 이미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언제든지 꺼내 들 수 있다는 경고를 중국에 보낸 상태다.

미국이 지난 7일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휴대전화와 휴대전화 네트워크 장비를 북한과 이란에 불법 수출한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 기업 ZTE(중싱<中興>통신)에 11억9천200만 달러(약 1조3천702억 원)의 '벌금 폭탄'을 부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번 조치는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외국 기업을 법적으로 처벌한 것으로, 엄밀히 말해 세컨더리 보이콧은 아니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중국 기업을 직접 처벌하고 제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밖에 이전 오바마 정부에서 이미 대책 마련을 지시한 사이버전 강화 방안도 새 대북정책에 담길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사이버전을 통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한때 저지시켰던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런 대북, 대중 조치들과 더불어 트럼프 정부는 본토와 동맹에 대한 방어체계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이는 이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최신형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MQ-1C)의 주한미군 배치 개시를 통해 구체화됐다.

관심은 미국이 과연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문제까지 전향적으로 검토하느냐 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도 옵션의 하나로 검토하는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이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이는 우리의 핵 억지력 강화와 더불어 북한의 '오판'을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1958년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를 처음 배치했으며 1960년에는 전술 핵무기가 최대 950기에 달했으나, 1991년 남북비핵화공동선언에 따라 한반도에서 전술 핵무기를 철수시켰다.

si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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