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에 맞서 대형항공사들도 가격전쟁 개시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대서양 하늘길을 장악하기 위한 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형 항공사들마저 가격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저가항공사와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영국 브리티시항공의 모회사인 IAG(International Consolidated Airlines Group SA)는 유럽과 미국 서부를 운항하는 장거리 구간의 항공 티켓을 17일(현지시간) 싼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편도 가격은 최저 149달러(약 16만8천 원)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와 오클랜드, 도미니카공화국 푼타카나, 그리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각각 잇는 4개 노선이다.
IAG는 이들 노선이 정착하면 다른 도시로도 노선을 넓힐 예정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하는 이유는 유럽 내에서 운영하는 저가항공 자회사인 뷰얼링(Vueling)의 중심이 이곳이기 때문이다. 싼 가격에 미국 서부를 여행하고자 하는 유럽 전역의 승객을 바르셀로나를 거쳐 수송하겠다는 IAG의 구상이다.
IAG가 이날 장거리 티켓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 저가항공사와의 전쟁을 선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지금까지 싼 가격에 승객을 끌었던 저가 항공사와의 싸움을 본격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서양 하늘을 겨냥한 항공사들의 가격 전쟁은 노르웨이언 항공이 불을 붙였다. 이 항공사는 런던과 뉴욕을 오가는 왕복 비행기표를 610달러에 팔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브리티시항공은 같은 노선의 가격을 비슷한 수준인 620달러로 내려 판매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언 항공은 한발짝 더 나갔다. 유럽 도시와 미국 동해안의 도시들을 잇는 추가 노선을 개설해 개설 기념 특별 가격을 편도 65달러에 내 놓았다.
이 같은 가격 인하 움직임은 기존 대형 항공사들도 가격경쟁에 뛰어들도록 압박하고 있다.
에어캐나다와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KLM 등이 기내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항공권 가격을 내린 상품을 내 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존 대형항공사들이 가격을 내려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저가항공사와 비용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가격을 내릴 경우 수익성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
저가항공권 경쟁이 대서양 하늘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의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는 올해 말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하와이 호놀룰루를 연결하는 저가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며, 싱가포르항공은 싱가포르와 그리스 아테네를 오가는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내 놓을 계획을 하고 있다.
장거리 구간 비행을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에미레이트 항공 팀 클라크 회장의 말처럼 "폭풍처럼 몰려오고" 있어 향후 항공업계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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