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상점들, 낡은 시설이 피해 키워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대구 서문시장, 전남 여수수산시장에 이어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까지 전통시장들이 잇따라 화마(火魔)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통시장 대형화재 발생 때마다 안전관리 강화 대책이 쏟아지지만 피해는 여전히 반복된다.
전통시장 특성상 화재에 취약한 구조인 데다 가건물 형태의 좌판상점에까지 소방시설 설치를 강제하기 어려운 현실이어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새벽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발생한 불은 삽시간에 번져 약 2시간 30분 만에 시장을 거대한 잿더미로 초토화했다.
가건물 형태의 좌판상점 332개 중 220여 개가 불에 타 버렸고, 일반 점포도 41곳 중 20여 곳이 탔다.
불은 다닥다닥 붙은 좌판상점들을 따라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상인들은 영업을 마치고 퇴근한 시간이었지만, 어시장 특성상 24시간 수족관 가동을 위해 각종 전력이 계속 공급된 점을 고려하면 전기 계통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전통시장은 좁은 공간에 수백 개의 좌판상점이 얽히고설켜 있고 노후한 시설 때문에 대형화재 위험에 늘 노출된 상태다.
올해 1월 여수 수산시장 화재 때도 전선 수십 개가 콘센트에 한꺼번에 연결됐고 피복은 벗겨진 채 서로 얽혀 있었다. 과부하를 막을 수 있는 배전반은 설치조차 안 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설 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불로 여수시장에서는 좌판 점포 119곳, 일반 점포 6곳이 불에 타 현재까지도 영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1월 대구 서문시장 화재 땐 길 양쪽의 좌판 때문에 소방차 진입로 확보가 어려워 피해가 커졌다. 1976년에 지하 1층에 지상 4층으로 지은 4지구 건물은 내부에 불길을 차단할 방화벽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 없어 불이 순식간에 번졌다.
소래포구 화재사건 역시 불이 난 좌판상점들이 비닐 천막 가건물 형태이다 보니 스프링클러 시설도 전혀 없어 초기 자체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부족한 소화 장비뿐 아니라 좌판과 상점이 밀집한 어시장 구조도 화재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좌판 밀집 구역과 뒤편 2층 어시장 건물 왼쪽으로 폭 2.6m의 소방도로가 있지만, 도로변에 깔린 판매대 때문에 소방차가 진입 못 해 소방관들은 소방호스를 끌고 100m 거리를 이동해 불길을 잡아야 했다.
전통시장 화재는 한 번 발생하면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안전관리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진 않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작년 전국 전통시장 1천256곳에서 소방·건축·전기·가스 등의 안전점검을 벌인 결과 319곳(25%)이 안전관리 실태가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처는 유도등 파손, 화재수신기 회로 끊김과 예비전원 불량 등 648건에 대해 조속히 개선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 대상 중에서는 초기 진화에 중요한 소화기 관리 불량이 전체의 43.3%를 차지했다.
소방당국도 전통시장의 화재 취약성 때문에 안전점검을 강화하며 화재 예방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전통시장 화재는 끊이지 않는다.
인천소방본부도 작년 12월 소래포구 어시장을 포함해 전통시장 49곳에서 소방차량 진입로 확보, 불필요한 적치물 제거 등 긴급 소방특별점검을 했지만, 또다시 전통시장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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