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자녀들을 모두 결혼시키고 혼자 남은 A(72·여) 씨는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생활정보지에 아이 돌보미 구직 광고를 냈다.
B(39·여) 씨에게서 "4살 남자아이만 봐주면 된다"는 전화를 받고 찾아가 봤지만 돌봐야 할 아이들이 2명 더 있었다.
4살 아이 말고도 초등학생과 7살 아이가 있었는데 B 씨는 "식당을 하는데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고 매달렸다.
어렵게 자식들을 키운 생각이 난 A 씨는 선뜻 아이들을 돌봐주기로 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B씨 집에서 '입주 돌보미'로 일했다. 첫 달 월급 150만원은 미리 받았다.
4살 아이는 온종일 돌봐야 했고, 나머지 아이들도 B 씨가 가게 일을 마치고 집에 올 때까지 A 씨가 돌봤다.
그런데 B 씨는 첫 달 월급을 주고 나서 두 번째 월급을 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뤘다.
참다못한 A 씨는 설 명절 연휴 첫날인 지난 1월 27일 "월급을 주지 않아 더는 일을 못 하겠다"며 명절을 쇠러 집으로 갔다.
B 씨는 다음날 새벽 2시께부터 A 씨에게 협박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안방 옷방에 있던 패물이 없어졌네. (범행 장면이) CCTV에 다 녹화됐다. 전에 식당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다 구속됐다. 경찰서에서 봅시다. 딱 구속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협박 문자메시지를 받은 A 씨는 잠도 자지 못하고 자식들에게 이를 알리지도 못했다.
며칠 동안 전전긍긍 하던 A씨는 지난달 2일 경찰서에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B 씨를 고소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B 씨를 불러 조사해 혐의를 확인하고 협박죄를 적용,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B 씨는 법원에서 협박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담당 경찰관은 "B 씨는 외출할 때 늘 안방 문을 잠그고 나갔고, B 씨 집에는 CCTV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A 씨는 "엄마의 행실은 너무 괘씸한데…. 4살, 7살짜리 아이들이 할머니, 할머니 하면서 따르던 모습이 눈에 밟혀 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적셨다고 경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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