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호황 끝나나…美모기지금리 4.3%에 '시한폭탄'우려

입력 2017-03-20 06:19  

글로벌 부동산호황 끝나나…美모기지금리 4.3%에 '시한폭탄'우려

작년 세계 주택가격 8년만에 최고…영국·캐나다·호주 등 '몸살'

美 30년 고정 모기지금리 4.3%로…"내년말 5.5%까지 오를 것" 경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대로 인상한 이후에도 금융시장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불안함이 싹트고 있다.

그간 선진국 중앙은행이 주도해 온 저금리 기조 덕에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은 잔뜩 부풀어 올랐다. 전 세계 주택가격은 2008년 이후 약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지난해 상승률도 6%에 달했다.

주요국에서 소득이 집값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부채에 기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모기지금리도 함께 들썩이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 움직임이 전 세계로 번져나갈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국가에서 2008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부동산 시장 과열 위기…전 세계 주택가격 금융위기 후 8년 만에 최고

20일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글로벌 주택 가격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주택가격은 2015년 4.1%, 지난해에는 6% 뛰었다.

지난해 상승 폭은 약 3년 만에 가장 가팔랐다.

국가별로는 아이슬란드가 14.7% 뛰면서 가장 큰 폭으로 뛰었고 뉴질랜드와 캐나다, 중국 등의 상승 폭도 모두 10%를 넘겼다. 한국은 1.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나이트 프랭크는 "2016년에 정치지형과 경제적 불확실에도 불구하고 평균 집값이 거의 3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글로벌 주택가격 지수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2000년 당시 전 세계 주택가격을 100으로 잡았을 때 지난해 3분기 지수는 155.95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3분기(155.98) 이후 8년 만에 최고다.

전 세계 주택가격 지수는 2000년대 초중반 가파르게 오르며 2008년 1분기 주택가격 지수가 159.31까지 상승했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하락했다.

이 지수는 2012년 1분기 142.90으로 바닥을 쳤지만 단 4년 반 만에 9% 넘게 뛰었다.

세계 각국 가운데서도 세계 경제 1·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부동산 시장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미국의 최근 5년간 집값 상승률은 37.3%에 달해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았다.

중국의 경우에는 당국 규제에도 집값이 쉼 없이 오르고 있다.

국가통계국의 18일 발표에 따르면 베이징(北京)의 2월 신규주택 평균 가격은 전년보다 24% 올랐고, 상하이(上海)와 선전(深천<土+川>)의 가격 상승률은 각각 25%, 14%로 집계됐다.

70개 주요 도시 전체의 신규주택 가격은 전년보다 11.8%, 전월보다 0.3% 올랐다.




◇ "살 수가 없다" 英 집값은 연봉의 8배…캐나다 부자도 토론토서 내집마련은 부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집값이 평균 연 소득의 8배 수준으로 치솟거나 고액연봉자도 집을 살 수 없는 기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지난해 잉글랜드의 집값은 영국 노동자 평균 연 소득의 7.72배로 치솟았다.

이는 통계청에서 1997년 집값과 연 소득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사상 최고 수준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집값은 1997년에서 2016년 사이에 259% 뛰었다. 이 기간 영국 노동자의 연 소득은 68% 오르는 데 그쳤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부자들마저도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다.

캐나다에서 연간 22만5천 달러를 버는 사람은 상위 1% 소득자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같은 고액 연봉자가 5년 만기 대출을 받아 최대한 돈을 확보하는 것을 가정할 때 최대 98만7천289달러까지는 확보할 수 있지만, 이 돈으로는 토론토에서 연립주택도 사기 어렵다고 BMO 캐피털 마켓은 분석했다.

현재 토론토의 일반 주택 평균 가격은 157만 달러이며, 외곽지역까지 포함해도 주택가격은 평균 111만 달러에 달한다.

더글러스 포터 BM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사례를 제시하면 토론토의 부동산 시장에 당국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사람들이 택하는 방법은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서 집을 사는 것이다.

IMF의 세계 부채 증가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중국의 부채 규모는 10.5%, 미국과 호주의 부채는 5.7%, 5.1%씩 늘었다.

한국의 부채 규모도 이 기간 5.9% 뛰어 44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6번째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 美 30년 고정 모기지금리 4.3%…"내년 말에 5.5%까지 오를 수도"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분위기가 퍼져나가고 있다.

중국은 자금시장 금리를 끌어올렸고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홍콩 등 고정환율제 국가들도 금리를 곧바로 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도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무서운 이유는 주택담보대출 등 시중금리가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모기지금리 인상이 현실이 됐다.

미국 국책 주택담보대출 업체 프레디 맥의 30년 고정 모기지금리는 16일 벌써 4.30%를 기록했다.

부동산조사업체 질로의 30년 고정 모기지금리도 지난 14일 기준 4.10%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불과 일주일 만에 13bp(0.13%포인트) 오른 것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매슈 포인턴 이코노미스트는 2012년 11월에 3.31% 수준에 불과했던 30년 고정 모기지금리가 최근 4%대를 가뿐히 넘겼다고 지적했다.

포인턴은 2018년 말이면 모기지금리가 최고 5.5%까지 오를 수 있으며 이 경우 25만 달러를 대출한 집 소유주의 부담이 연간 3천 달러가량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의 전조와 비슷한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의 2016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년 주택가격이 30% 가까이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분명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행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1년 반 사이에 패니 메이의 연체된 주택담보대출 계약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골드만삭스가 그간 사들인 악성 주택담보대출은 액면가로는 57억 달러 상당이다.

미국 카토연구소의 윌리엄 풀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9년 전 베어스턴스 구제금융을 했다"며 "연준이 당시 실수에서 어쩌면 충분히 배우지 못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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