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휘-김기성-에릭 리건의 릴레이 골로 1점 차 승부
(강릉=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세계 최강국 중의 하나인 러시아 대표팀을 상대로 1골 차 승부를 하며 놀라운 선전을 펼쳤다.
백지선(50·미국명 짐 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8일 강릉 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열린 러시아 대표팀과 친선 경기 1차전에서 3-4(0-2 0-1 3-1)로 졌다.
두 자릿수 패배만 면해도 선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한국은 놀라운 투혼으로 1골 차 승부를 펼쳤다.
2016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랭킹 2위의 러시아는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의 아이스하키 강국이다.
소비에트연방 시절인 1964년부터 1976년까지 동계올림픽에서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총 8차례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고, IIHF 월드챔피언십에서는 25차례(소비에트연방 시절 포함)나 정상에 올랐다.
세계 랭킹 23위에 불과한 한국은 진정한 '월드 톱 클래스 팀'인 러시아를 상대로 소중한 경험을 쌓은 것은 물론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가능성을 엿보였다.
이번 친선전은 러시아 측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러시아가 대회 공식 경기장을 미리 체험하며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러시아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뛰는 간판스타들과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 플레이오프에 참가 중인 선수들을 제외하고 가용할 수 있는 자원 중에서 최상의 선수들을 데려왔다.
한국도 갑자기 대회 일정이 잡힌 탓에 공수의 핵심인 귀화 선수 마이클 스위프트와 브라이언 영(이상 하이원) 없이 경기를 치렀다. 대표팀의 센터인 마이크 테스트위드(안양 한라)는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한국은 개인 기량에서 월등히 앞서는 러시아를 맞아서도 주눅이 들지 않고 정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피리어드가 거듭될수록 적응도가 높아진 한국은 3피리어드에서는 러시아를 압도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은 1피리어드 1분 29초에 파워 플레이(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 기회를 잡았으나 되려 불의의 골을 허용했다.
러시아는 2분 27초에 조민호의 백패스를 가로채 안톤 셴펠드의 패스를 받아 빅토르 코마로프가 원타이머로 골망을 흔들었다.
러시아는 1피리어드 종료 2분 59초를 남겨두고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인 키릴 카푸스틴이 추가 골을 넣었다.
한국은 2피리어드에서 아시아리그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포함해 4관왕에 오른 김상욱(안양 한라)의 샷은 골대 옆을 때렸고, 신형윤(하이원)은 골리와 1대 1 단독 기회를 맞았으나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반면 러시아는 동료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창의적인 패스를 이어가는 등 한 차원 다른 경기력으로 3번째 골을 넣었다.
한국은 3피리어드 들어서 어느새 익숙해진 러시아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결국, 한국은 3피리어드 시작 40초 만에 안진휘(안양 한라)의 벼락같은 슬랩샷으로 기념비적인 득점을 기록했고, 9분 6초에는 상대의 실책을 틈타 문전 앞에서 김상욱의 패스를 받아 김기성(이상 안양 한라)이 골망을 갈랐다.
한국은 비록 3피리어드 막판 추가 골을 내줬으나 경기 종료 3분여를 남겨두고 골리까지 빼는 극단적인 공격 전술을 사용한 끝에 에릭 리건(안양 한라)의 중거리샷으로 또 한 골을 추가했다.
비록 경기는 패배로 끝났으나 대표팀의 놀라운 경기력에 경기장을 찾은 2천여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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