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치킨값 오르면 뭐하나요?, 본사에서 다 떼가는데"

입력 2017-03-19 06:01   수정 2017-03-19 16:10

"프랜차이즈 치킨값 오르면 뭐하나요?, 본사에서 다 떼가는데"

치킨값 2천원 올라도 가맹정 사장님 수익에는 큰 도움 안돼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치킨 가격만 올리면 뭐하나요? 본사에서 어차피 이 핑계 저 핑계 대가며 다 떼갈 텐데…."

서울 강남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A(43)씨는 최근 논란이 된 치킨 가격 인상에 관한 의견을 묻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수년간 작은 개인 통닭집을 운영하다 메뉴 개발이나 광고 등에 한계를 느껴 프랜차이즈로 '갈아탔다'는 그는 "각종 비용을 빼고 나면 마진율이 15~20% 정도인데, 이마저도 매출이 적정선을 넘어섰을 때의 이야기"라며 "요새는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자고 일어나면 생기는 게 치킨집이어서 보증금 까먹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7일 찾은 신논현역 인근에는 짧은 골목 하나를 두고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이 5개나 몰려 있었다.

일주일 중 가장 대목이라는 '불금'(불타는 금요일)임에도 어떤 매장에는 홀 손님이 한 팀에 불과했고, 아예 홀 쪽은 불을 끈 채 배달 주문만 받는 매장도 있었다.

부인과 함께 매장을 운영한다는 B(54)씨는 "매일 오후 4시에 문을 열어 다음날 새벽 2시 넘어서까지 영업을 하지만 평일에는 하루에 열 마리밖에 못 팔 때도 있다"며 "이번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심 기대를 했는데 여론이 안좋아져 무산된 것 같아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BBQ치킨이 정부 압박에 못이겨 가격 인상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치킨값 인상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가격 인상이 무산되면서 애꿎은 가맹점주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렇다면 실제 치킨 판매 가격이 인상되면 가맹점주들의 수익도 그만큼 많아지게 되는 것일까.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치킨 1마리의 판매 가격이 1만6천~1만8천 원이라고 가정할 때, 원료육의 가맹점 출고가는 마리당 4천460원 정도다.

가맹 본사에서 닭고기 생산업체로부터 인수하는 가격 자체는 3천490원 정도지만, 여기에 가맹 본사 이익과 도계비 등이 추가되면서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4천 원 중반대에 닭고기를 사들이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부자재(식용유, 포장용기 등), 소스 비용까지 포함하면, 치킨 원가는 마리당 1만430원으로 훌쩍 뛴다.

이 때문에 판매 가격이 1만6천 원인 경우 5천 원 이상의 마진이 생기지만, 가맹점주가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인건비, 기름값 등까지 제외하면 실질 수익은 이보다 훨씬 줄어들게 된다.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이같은 셈법이 왜곡됐다며 치킨 판매 가격 가운데 차지하는 원가가 이보다 훨씬 더 높다고 주장한다. 가격 인상의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구호 역시 각종 비용 상승으로 인한 '가맹점 수익 보호'다.

그만큼 본사에서 각종 명분으로 떼가는 비용 역시 적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닭고기 원가가 폭락한다고 해서 치킨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것도 결국 본사의 '수수료'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 프랜차이즈는 콘셉트와 메뉴를 통일하기 위해 본사에서 직접 개발한 소스를 가맹점에서 사서 쓰게 하거나, 본사가 지정한 식용유 제품만 사용하도록 하는 등 매뉴얼을 정해두고 있다.

최근에는 배달 앱을 통한 할인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할인 비용 역시 가맹점주가 함께 부담하도록 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령 특정 요일에 4천 원을 할인해 줄 경우 이 중 1천 원은 가맹점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본사가 가맹점 수를 늘려 로열티 수입을 올리는데 급급한 나머지 마구잡이로 신규 점포를 내주거나, 업체별 과당 경쟁으로 인한 각종 마케팅비, 광고비도 치킨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견해도 지배적이다.

상당수 비용이 가맹점주에게 전가되면서 가맹 본사만 배를 불리는 기형적인 수익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사무국장은 "가맹점들의 경우 브랜드 사용의 대가로 매우 많은 수수료를 본사에 지불하게 되는데, 본사가 이 돈을 어떤 식으로 쓰는지 공개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며 "예를 들어 대형 프랜차이즈가 해외 진출을 했다가 실패하게 되면 이 비용 역시 가맹점주들에게 전가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국장은 "가격을 올리고 내리는 것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하는 게 맞지만, 가격인상이 필요한 이유와 관련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상된 만큼 가맹점에도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과정없이 단순히 가맹점 수익을 핑계로 가격을 올리겠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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