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쪽에서 바라볼땐 장벽 미관에도 신경 써야"
텍사스 주민에 토지수용 통지서 전달…"비용 216억달러, 기간 3년5개월"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세우겠다고 약속한 국경 장벽의 높이가 30피트(9.15m)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국경세관보호국(CBP)이 웹사이트를 통해 예비입찰에 참가할 건설·엔지니어링 업체들에 통지한 시공계약 관련 내용을 보면 이상적인 장벽의 높이로 30피트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가 원하는 장벽의 높이는 도저히 넘지 못할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CBP는 오는 29일까지 시공업체들을 상대로 제안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장벽의 최소 높이는 18피트(5.5m)이지만 공사계약을 따내려면 9m 이상의 장벽 설계도를 제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장벽의 디자인은 위용 있게 보여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사다리를 놓고도 오를 수 없을 정도의 높이가 돼야 하며, 산악용 후크(걸이) 등 전문 등반장비를 동원해서도 쉽고 기어오르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시공 조건'인 셈이다.
또 장벽의 소재로는 견고한 콘크리트가 요구된다.
지하로도 6피트(1.8m) 정도 파고 들어가 지반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하며, 대형 해머나 산소용접기 등을 동원해도 최소 30분, 길게는 4시간 이상 견디는 구조로 시공돼야 한다.
장벽의 문은 7.5m 이상 너비로 차량과 보행자가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장벽의 외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CNN은 "미국 쪽에서 바라봤을 경우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고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색을 표현해야 한다는 게 CBP의 제안"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크고 아름다운 장벽을 세우겠다'고 한 공약과 맥락이 닿는 부분이다.
하지만, 남쪽인 멕시코 쪽에서 바라보는 장벽의 외관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
이와 함께 CBP 순찰 요원이 국경 동향을 잘 감시할 수 있도록 반대편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see-through constructuring)도 요구된다.
CBP는 캘리포니아 주 남부 샌디에이고에 모델용 국경 장벽을 만들 계획이다.
공화당은 트럼프의 국경 장벽에 120억∼150억 달러(약 13조6천억∼16조9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시한 예산 추정치는 120억 달러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첫해분 예산 41억 달러(4조6천억 원)를 최근 의회에 요청했다.
로이터통신은 입수한 국토안보부 내부 문서에서 장벽 설치 비용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예상한 금액보다 많은 216억 달러(24조4천억원)로 제시됐으며 공사 기간은 3년 5개월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 토지를 보유한 일부 텍사스 주 주민에게 미 국토안보부 또는 법무부 명의로 토지수용을 요구하는 통지서가 전달됐다.
리오그란데에 16에이커(약 2만 평)의 토지를 집안 대대로 가진 이베트 살리나스는 최근 국경 인근 토지 1.2에이커를 2천900달러에 팔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텍사스 옵서버가 전했다.
미 의회 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 토지의 33%는 연방정부가 보유하고 있지만 나머지 3분의 2는 주 또는 개인이 주인이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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