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문제로 파고 1m·풍속 10㎧ 이하에서만 작업 가능
(세종=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정부가 19일 세월호 인양을 시도하겠다고 전날 밝혔다가 3시간 만에 계획을 취소한 것은 변화무쌍한 바다 날씨 때문이었다.
국제적으로 신뢰를 받는 기상예측기관에서 오전 6시와 오후 6시에 내놓은 기상예보가 차이를 보였고 파고가 허용치를 넘기는 바람에 인양 계획을 연기해야 했다.
세월호가 가라앉아 있는 맹골수도는 변화무쌍한 조류 때문에 기상 상황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해역으로 꼽힌다.
다음 소조기인 4월 5일께 세월호 인양을 시도한다 해도 그때 역시 기상여건이 따라주지 않으면 가능성을 장담하긴 어렵다.
결국 세월호를 얼마나 빨리, 안전하게 물 밖으로 꺼내느냐는 기상 상황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양현장에서 사전점검에 돌입한 해수부는 전날 오전 6시 호주의 기상예측 전문기관인 OWS로부터 이달 24일까지 이어지는 소조기 기간에 기상이 전체적으로 양호하며, 20∼21일에만 최대 파고가 1.2∼1.3m로 기준치(1m)를 다소 넘지만 오차 범위 내에 해당한다는 예보를 받았다.
인양작업은 선체 손상을 막기 위해 소조기 중에서도 파고 1m·풍속 10㎧ 이하인 때에만 진행한다.
소조기는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가장 작아 유속이 느려지는 시기로 한 달에 2번 찾아오며 한번 오면 약 4∼5일간 지속한다. 이번에는 19일 시작됐다.
해수부는 오후 3∼6시께 기상 호전을 전제로 인양시도 가능성을 유가족과 출입기자들에게 통지했다.
그런데 OWS가 오후 6시 발표한 기상 예보를 확인하자 변수가 생겼다, 20∼21일 파고가 1.6m 이상으로 오차 범위를 넘어 악화한다는 예측이 나온 것이다.
인양이 시작되면 현장에 대기 중인 잭킹바지선 두 척은 세월호의 양 끝에서 유압을 이용해 와이어를 끌어올린다. 이들 선박 3척에 힘이 균일하게 작용해야만 문제없이 선체가 해수면 위로 떠오른다.
만일 파고가 높거나 바람이 세게 불어 어느 한쪽에서 힘의 균형이 깨지면 선체가 기울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살에 밀려 인양줄(와이어)이 꼬이거나 끊어지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결국 해수부는 현장 관계자 회의를 거쳐 작업이 어렵다고 결정, 오후 8∼9시께 인양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OWS가 19일 오전 내놓은 기상 예보에서도 21, 22일 최대 파고는 1.6m로 계속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세월호 인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초 정부는 2015년 4월 세월호 인양작업에 돌입하면서 1년 2개월 뒤에는 인양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계속된 기상악화와 맹골수도의 험한 해역 여건 탓에 인양업체가 피항을 반복하는 등 준비 과정에서부터 난항을 겪었다.
계획대로라면 세월호 인양이 완료됐어야 할 작년 6월 12일에서야 핵심 공정인 선수(뱃머리) 들기가 시작됐다.
이 역시 악천후로 수차례 연기됐다가 예상보다 한 달가량 늦어진 7월 29일 완료됐다.
전반적인 공정이 지연되면서 동절기로 접어들자 작업 가능일 수가 크게 줄었고, 결국 세월호 인양은 해를 넘겨 오는 4∼6월에야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는 맹골수도의 기상과 해상 조건이 예측하기 어렵고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모든 계획을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누누이 밝혀왔다. 또 세월호를 안전하게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이러한 어려운 작업환경을 고려한다 해도 세월호 인양이 전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인양 계획을 세우는 데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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