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이미 체포됐거나 신원이 밝혀진 10명 외에도 추가로 더 있다고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이 19일 확인했다.
일간 더스타와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인 3명 외에 몇 명 더 추적 중인 인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남 암살에 북한 국적자를 비롯해 더 많은 인물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 "누군지는 밝힐 수 없지만 이중에는 이른바 '주요 인사'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신원을 공개한 인물은 현재까지 모두 10명이다.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바른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여)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29·여)은 같은달 15∼16일 잇따라 체포됐다.
주범격인 북한국적자 리재남(57), 오종길(54), 홍송학(34), 리지현(33) 등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평양으로 도주했다.
김정남 암살을 후방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 리지우(30) 등 3명은 치외법권인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하게 체포된 리정철(46)은 증거불충분으로 지난 3일 석방과 함께 추방됐다.
할릿 청장의 발언은 이들 외에도 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북한 국적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인 용의자를 추가로 체포할 경우 북한 내에 체류 중인 말레이시아인 9명을 억류한 채 '인질외교'를 벌여온 북측의 입장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할릿 청장은 이미 신원이 밝혀진 용의자들의 신병 확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적절한 채널을 통해 합법적으로 이들을 체포할 것"이라면서 "타국의 정치문제에 관여하고 싶지는 않으나 우리는 관할 내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수사할 의무가 있다. 북측이 김정남 살해 사건 해결에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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