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 계약(SPA)을 체결하자 '제2의 쌍용차'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13일 이 회사 지분 42.01%를 9천550억 원에 매각하는 내용의 SPA를 더블스타와 체결했다. 채권단은 지난 1월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남은 변수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다. 박 회장이 30일 이내에, 더블스타와 같거나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금호타이어를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자금 조달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해 달라는 박 회장 측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못하면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에 넘어가게 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20일 주주협의회 회의를 열어, 박 회장 측에 대한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안건으로 올리고, 22일까지 찬반 의견을 취합해 결론을 낸다고 한다.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면, 채권단 75% 이상(지분 기준)의 동의가 필요한데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산은과 우리은행 지분의 합이 75%를 넘어, 한 곳만 반대해도 부결되기 때문이다. 산은은 박 회장 측이 갖고 있는 우선매수권의 제3자 양도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산은이 박 회장 측 요청을 수용하면, 더블스타에 의해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채권단 내부에선 중국 정부와의 통상 마찰을 걱정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산은과 채권단이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은 분명한 듯하다.
지역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에서 "향토기업 금호타이어를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마음이 착잡하다"면서 "금호타이어가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성명에서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매각 추진은 광주·전남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지역과 국민 경제는 물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광주 경영자총연합회는 성명에서 "수십 년간 어렵게 쌓은 국내 타이어산업의 첨단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면 국내 업체들의 국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비판했다.
금호타이어는 1960년 설립된 국내 2위 타이어업체다. 2009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 2014년 말 졸업했다. 채권단은 2010년 박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사장에게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 그런데 당시 양측이 맺은 약정의 문구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채권단은 우선매수권의 '제3자 양도'는 불가하다며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반면 박 회장 측은 '채권단의 사전 서면 동의'가 있으면 제3자 양도가 가능한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금융계 관행만 보면 채권단 입장에 별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이 대선 국면이고, 우선협상대상자가 중국 회사라는 점이다.
일단 매각의 모양새는 상당히 고약하다. 더블스타는 트럭, 시내버스 등 특수 분야 타이어에 특화된 기업으로, 규모에서 금호타이어의 4분의 1도 안 된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타이어 생산업체이자 방산업체다. 임직원이 3천800여 명이고, 광주·곡성 등의 190여 개 협력업체에다 중국 내 공장을 4개나 갖고 있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은 핵심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기술을 빼돌린 뒤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직원 2천646명을 구조조정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이 '쌍용차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다.
산은 등 채권단이 이런 금융 외 문제들을 충분히 검토했는지는 알 수 없다. 왜 그런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느냐는 반문은 명분이 허약하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산은 등 국책은행들은 기업 구조조정의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특히 더블스타에만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한 부분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국부유출 논란을 자초한 것 아닌가 싶다. 쌍용차 사태의 상처가 아직 남아 있고,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악화된 국민 정서도 간과할 수 없다. 채권단의 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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