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목사의 날과 겹쳤던 로버트 리 장군 기념일 분리·축소
'찰스턴 총기난사' 계기…공화당 소속 주의원들 적극 동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 아칸소 주가 과거 흑백 간 분열의 역사를 바로잡고 화해와 통합을 지향하기 위한 큰 결단을 내렸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아칸소 주 의회는 최근 1월 셋째 주 월요일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날' 기념일과 겹쳤던 로버트 리 남부연합군 장군의 기념일을 분리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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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인권운동의 대부인 킹 목소와 그 대척점에서 흑인 노예제 존치를 주장한 리 장군을 한 날 동시에 기념하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제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아칸소를 비롯해 미시시피와 앨라배마 주 등 3개 주에서는 그동안 1월 셋째 주 월요일에 킹 목사의 날과 함께 리 장군을 기념하는 날로 지정해왔다.
이는 과거 흑백 간 분열의 역사가 낳은 '모순'에서 비롯됐다. 지난 1947년 다른 남부 주들과 마찬가지로 아칸소 주는 리 장군의 탄생일(1월 19일)을 기념해 공휴일로 지정했다.
리 장군 기념일 지정은 당시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짐 크로우 법' 폐지 운동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
이어 1983년 주 의회는 킹 목사의 탄생일(1월 15일)을 기념한 연방 공휴일을 승인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아칸소 주는 사흘 차이밖에 나지 않은 두 사람의 기념일 지정을 놓고 고민하다가 1985년 연방 공휴일인 마틴 루서 킹의 날과 리 장군 기념일을 합쳤다. 미시시피와 앨라배마도 공동 보조를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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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5년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흑인교회에서 벌어진 20대 백인 청년 딜런 루프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바뀌게 됐다.
이 청년이 범행 전 남부연합기가 그려진 자동차 번호판을 단 자신의 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남부연합기 논쟁이 전국적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이 논쟁은 남부 주들의 의회에서 남부연합기 폐지 법안이 잇따라 의결되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뉴올리언스 시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리 장군의 동상이 제거되기도 했다.
일부 백인들이 소송을 벌였지만 제5 항소법원에서 리 장군의 동상을 비롯한 남북전쟁 유물을 제거하는 게 합당하는 판결이 나면서 일단락됐다.
이번 리 장군 기념일 분리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주 의회가 킹 목사와 리 장군을 같은 날 동시에 기념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실제로 이 법안은 공화당 의원들도 동의했으며, 아사 허친슨 주지사도 법안에 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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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리 장군의 기념일을 사망일(10월 12일)에 맞춰 10월 둘째 주 일요일로 옮기되 주의 공식 기념일이 아닌 주지사 선언에 따른 기념일로 축소했다.
이에 백인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지역구의 75%가 백인인 데이브 왈레스 주 상원의원은 "최근 몇 주간 '너는 배신자'라는 협박 메일을 수없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내 선조들은 남부연합을 위해 싸우다 죽었다"면서 "그것이 진정으로 올바른 행위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흑인 사회의 고통과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소속인 그랜트 호지스 주 하원의원은 "이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은 될 수 있다"고 했고, 공화당 소속 제이나 델라 로사 주 하원의원도 "리 장군을 이제 지하에서 영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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