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단체 파견직도 해고 압박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릴 때는 임시로 면세품 판매 아르바이트 인력까지 고용했는데,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현재는 추가 고용이 없어요. 다음 차례로 우리를 해고하지 않을까 불안합니다."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금지령 6일째인 20일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전무한 수준인 가운데 매출 타격을 보는 서비스직종의 근로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기관·단체의 파견직 근로자마저도 적자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거의 매일 중국인을 태운 관광버스로 붐비던 제주항 국제크루즈부두는 15일 이후 월드 와이드 크루즈선이 왔던 단 하루만 빼고 한 척도 오지 않았다.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을 태우는 전세버스로 붐비던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는 상태다.
제주 면세점도 유커가 줄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싼커로 불리는 중국인 개별관광객들만 소수 찾는 정도다.
성산일출봉과 제주 속의 작은 중국이라고 불리는 바오젠 거리도 유커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19일 외국인 관광객은 1만9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7천명)보다 48.6% 감소했다.
20일 민주노총 전국서비스 산업노동조합연맹 제주본부에 따르면 유커 급감으로 인해 면세점과 여행업계 종사자들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제주 일부 면세점에 입점한 면세품 판매점의 근로자들은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금지 조치가 장기화하면 정리해고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규모 관광호텔 종사자도 휴업으로 인해 무급 휴가를 가거나 휴업하지 않더라도 손님이 없어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희영 조직부장은 "바오젠 거리의 음식점과 상가들에 고용된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이 심각하거나 실제로 해고된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의 서비스업종 근로자들은 대부분 적은 보수에 계약직 근로자들이 많아 이런 불안감이 더 클수 밖에 없다.
국제 크루즈선이 오지 않으면서 국제크루즈터미널을 위탁 관리하는 한국해운조합 제주지부도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보안검색과 특수경비 인력 44명 중 68.2%인 30명을 감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해운조합에서 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인력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의 진행과정을 면밀히 보고 결정하고자 일단 인력감축 시행 시기를 연기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법무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의 계약직 보안검색 요원들도 유커가 오지 않으면서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보안검색 등의 이들 직종 근로자를 쉽게 해고하거나 채용하는 고용 유연화는 엄격한 보안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어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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