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담배 피우고 업어주고'…김정은의 파격적 신체언어 통치술

입력 2017-03-20 11:44   수정 2017-03-20 11:50

'맞담배 피우고 업어주고'…김정은의 파격적 신체언어 통치술

전문가 "권력층은 견제하고 과학기술자에 무한 신뢰 표현"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평소 무시무시한 공포정치를 휘두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국방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업어주는 등 파격적인 축하 세리머니를 관영 언론을 통해 여과없이 공개해 눈길을 끈다.

김정은 위원장의 과장된 축하 세리머니가 자주 노출되는 것은 집권 이후 6년 동안 김정일 시대보다 3배나 많은 46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북한의 5차례 핵실험 중 3차례를 감행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국제사회 비난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국방과학자와 기술자들을 독려해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김정은의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 수많은 핵심간부가 공개 처형당하고 이복형 김정남까지 암살당하는 등 체제의 잔혹성이 대내외에 각인된 상황에서 '신체언어(body language)'까지 동원한 김정은의 과학기술자 우대 행보는 관심을 끌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8월 25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가 성공하자 '맞담배'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당시 일부 간부는 무릎을 꿇고 김정은 위원장을 끌어안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으며, 다른 간부들이 울먹이는 모습도 북한 매체에 등장했다.

'애연가'인 김정은이 오른손에 담배를 들고 있는 가운데 리병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을 비롯한 곁의 여러 간부도 함께 손에 담배를 든 모습까지 포착됐다.

'2인자'로 불리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조차 김정은에게 말을 건넬 때 무릎을 꿇고 입을 손으로 가릴 정도로 권위적 분위기의 북한에서 간부들이 김정은과 함께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정은의 파격적인 제스처는 지난달 12일 북한의 신형 중장거리 전략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시험발사 성공 때도 이어졌다.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탄도미사일 조립현장을 찾아 국방과학자, 기술자들과 이틀 동안 함께 머물면서 발사를 직접 지도했다.

김정은은 시험발사 성공 후에는 과학자와 기술자, 군인 등을 얼싸안고 축하하며 "모든 것이 100% 우리의 지혜,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에 의하여 개발된 명실공히 주체탄, 주체무기"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지난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한 뒤 과학기술자들의 손을 잡거나 직접 등에 업은 모습을 연출했다.

'최고 존엄'이 공개석상에서 누군가를 등에 업는 모습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앞서 김정은은 2015년 6월 북한군 제810부대 산하 평양생물기술연구원을 방문했을 때 연구성과에 만족해 "과학자들을 업어주고 싶다"고 발언한 적이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은 또 2012년 12월 장거리로켓 '광명성 3호 2호기' 성공발사에 기여한 최춘식 당시 제2자연과학원장을 '벼락출세'시키기도 했다.

특히 최춘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주기 중앙추모대회와 이튿날 금수산태양궁전 개관식 때 김정은 바로 옆에 앉는 파격적인 대우로 주목받았다.

북한의 좌석배치는 국가서열 등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김정은의 왼쪽 첫 번째는 군 서열 1위인 최룡해 당시 총정치국장의 몫으로 추정됐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20일 "김정은의 '어부바' 행보는 정치 권력층을 견제하는 동시에 과학기술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면서 "(이를 보고 들은) 북한 주민에게도 임팩트가 굉장히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kh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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