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라 몬테로·박종해 피아노 리사이틀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클래식 공연에서 즉흥연주를 들을 기회는 극히 드물다.
좋은 연주자란 작곡가가 남긴 악보를 최대한 충실하고 깊이 있게 해석해내는 사람으로 통하는 경우가 많다. 작곡가와 연주자의 역할이 뚜렷하게 분리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양음악사를 보면 초창기에는 작곡가와 연주자는 경계는 그렇게 분명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바로크 시대에 유행했던 '바소 콘티누오'(basso continuo) 양식은 단음(單音)의 저음부 위에 즉흥으로 화성을 보충하며 반주하는 방식이었다.
모차르트 시대에는 오케스트라 반주가 멈춘 동안 협연자가 가장 화려하고 기교 넘치는 연주를 선보이는 '카덴차'를 즉흥적으로 연주하기도 했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등은 작곡가이면서 당대 뛰어난 즉흥 연주가로도 명성을 날렸다.
음악칼럼니스트 전상헌 씨는 "점차 작품 구조가 복잡해지고 연주자에게 요구되는 테크닉 수준도 높아지면서 작곡과 연주가 전문화되고 분업화됐다"며 "이 같은 변화를 통해 얻은 것도 있지만, 클래식 공연장은 너무 엄숙해졌고 연주자와 청중 사이의 거리도 너무 멀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클래식계 상황을 고려할 때 올봄 열리는 즉흥 공연 두 편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다.
우선 베네수엘라 출신의 클래식 스타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라(47)는 오는 4월 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무대를 연다.
1985년 쇼팽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을 정도로 주요 레퍼토리에 뛰어난 테크닉과 해석력을 보이지만 그는 관객에게서 즉석에서 요청받은 멜로디로 즉흥에서 곡을 만들어 연주하는 것으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누군가가 휴대전화 벨 소리를 건네준 적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흐 풍으로 태어났다. 어느 때는 하키 주제가가 코랄이나 프렐류드, 푸가가 되기도 한다. 관객들은 사소한 멜로디가 거대한 작품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한다. 그래서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놀라움의 웃음을 들으면 나도 같이 미소 짓게 된다."(가브리엘라)
'피아노 여제'로 불리는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언론 인터뷰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가브리엘라로 태어나고 싶다"고 할 만큼 재능을 높이 평가하는 연주자다.
그는 연주회 1부에서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 브람스의 '인터메조'를 들려준 뒤 2부에서 색다른 즉흥 연주를 풀어낼 예정이다.
티켓 가격은 4만~8만원. ☎02-2005-0114.
피아니스트 박종해(27)도 오는 3월 30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특별 공연 '즉흥연주'(Improvisation)를 선보인다.
박종해는 작년 5월 열린 공연의 앙코르곡으로 즉흥연주를 들려줘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그는 조지 거슈윈의 '서머 타임'을 여러 작곡가 스타일로 재해석해내며 앙코르의 즐거움을 객석에 선사했다.
이번에는 연주회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즉흥연주를 준비 중이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금호아트홀은 이번 공연에 대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즉석에서 작곡을 이어나가야 하는 도전적인 과제"라고 소개했다.
대신 1부는 일반적인 공연 형식을 취한다. 베토벤 '영웅변주곡',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2번,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등 묵직한 작품들이 연주된다.
박종해는 2008년 나고야 국제음악 콩쿠르에서 최연소 2위 수상을 거머쥐며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홍콩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2위, 더블린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2위를 연달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연주자다.
2010년에는 세계적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파이널리스트 및 최연소 연주자 특별상을 받으며 음악계 주목을 받았다.
전석 4만원. ☎02-6303-1977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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