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예술인' 광화문캠핑촌 해단…"예술로 싸웠다"

입력 2017-03-20 15:17   수정 2017-03-20 15:30

'블랙리스트 예술인' 광화문캠핑촌 해단…"예술로 싸웠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항의하며 광화문광장에 텐트촌을 꾸리고 약 140일간 노숙농성을 벌인 문화예술인과 노동자들이 텐트촌을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퇴진 광화문 캠핑촌' 농성인들은 넉 달 보름여 간 머물렀던 광화문광장에서 2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탄핵으로 1차 목표를 달성했으니 해단한다"고 밝혔다.

광화문캠핑촌 예술인들은 언론과 국회가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폭로한 후인 지난해 11월4일 첫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노숙 142일째인 이번 주 토요일 25일 촛불집회와 함께 해단 문화제를 열고 텐트촌을 철거하기로 했다.

캠핑촌 예술인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광화문캠핑촌은 촛불로 친 텐트였고 촛불로 만든 마을이었다"면서 "우리는 외치고, 노래하고, 춤추고, 그리고, 쓰고, (사진을) 찍고, 신문을 만들고, 토론했다"고 되짚었다.

이어 "우리가 외쳤던 일들 일부는 현실이 됐다"면서 "블랙리스트 주범인 조윤선·김기춘과 노동자를 탄압한 이재용이 구속됐고, 이 모든 사태의 총책임자 박근혜 시대가 끝났다"고 자축했다.

이들은 "캠핑촌은 종료하지만, 박근혜 구속과 적폐 청산이라는 남은 과제를 위해 각자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수많은 지지와 응원에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인다"며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해단 기자회견은 밝으면서도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블랙리스트' 풍물인 하애정씨는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는 사회에서 순수예술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에 광장에 나왔다"면서 "풍물로 싸워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소외된 이들을 위해 광장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광화문캠핑촌 '촌장'으로 추대됐던 송경동 시인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한 행진은 이제 시작"이라면서 "광장을 달궜던 주권자들의 명령처럼 박근혜 정권의 잔재가 모두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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