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이끌고 14회서 장렬한 하차…"윤균상·채수빈 재발견"
"나 없어도 젊은 배우 있어 후반 기대해도 좋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배우 김상중(52)의 아모개는 마지막 순간까지 담담하면서도 강렬했다.
MBC TV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초반부는 김상중이 다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퇴장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별다른 대사 없이 극을 꽉 채웠다.
그가 고향길에 올라 평온하게 눈을 감으며 아내 금옥(신은정 분) 곁으로 떠날 때 텔레비전 속 길동(윤균상)뿐만 아니라 밖에 있는 모두 숨을 죽였다. '역적' 1부가 장렬하게 끝나는 순간이었다.
김상중은 20일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항상 작품이 끝나면 다시 하얀 도화지로 돌아가 다음 캐릭터를 채웠는데 이번에는 계속 아모개의 잔상이 남아있고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적' 관련 글을 본다든지, 재방송을 본다든지, 아이들(후배 연기자들)과 통화를 하다 보면 아직 가슴이 젖어든다"며 "심리적으로 카운슬링을 받아야 하나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워낙 극 중에서 무게감이 있던 아모개가 퇴장하고 나서 '역적'이 2막으로 순조롭게 넘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러나 김상중은 젊은 배우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표현했다.
그는 "제가 저 나이 때 저 친구들만큼 연기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며 "앞으로 '역적'에서 그들이 보여줄 모습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상중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재발견'한 배우로 채수빈을 꼽았다.
그는 "처음에는 수빈 양이 맡은 가령이란 인물이 그저 길동이와 녹수(이하늬)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이루는 축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또 "여배우인데 예쁘게 보이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얼굴에 검댕을 칠하고 아모개에게 미주알고주알 말하는 부분에서 정말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윤균상에 대해선 "길동이가 성황당 나무 아래서 아모개에게 '이제 힘을 못 쓴다'고 하는 부분에서 균상 군이 정말 길동이가 됐구나 생각했다"며 "균상 군과 함께 있으면 서로 눈가가 촉촉해졌다"고 칭찬했다.
아모개와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했던 참봉부인 박씨 역의 서이숙을 향해선 "워낙 내공이 출중하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액션과 리액션이 나오면서 옥중에서의 신 등 명장면이 연출됐다"고 설명했다.
김상중은 또 아모개 캐릭터를 "우리가 평소에 공기의 고마움을 잘 모르는데 아모개는 공기 같은 존재"라며 "아모개가 보여주는 아버지로서의, 남편으로서의, 가장으로서의 일상 속 모습이 시청자들을 울기도, 웃게도 하지 않았나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아모개의 명장면으로는 조참봉의 머리를 낫으로 베고 나서 지은 백지장처럼 공허한 얼굴을 꼽았다. 왜 조참봉을 그렇게 죽이게 됐는지 과정을 설명하는 장면보다 먼저 찍은 탓에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돌아보니 그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한다.
김진만 PD도 이 장면에 대한 고민이 가장 깊었다고 전했다. 김 PD는 아모개가 해당 순간에 정의로움이나 복수의 감정 등이 아닌 금옥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표현하길 바랐고, 김상중이 잘 담아내줘 고맙다고 밝혔다.
김상중은 명대사로는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은 "내 맴(맘)이여" 외에 "떠들썩할 홍, 본관은 익화리"를 꼽았다. 아모개 식구들에게 성(姓)을 내리는 장면이다.
그는 아모개를 통해 강렬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선 "'메소드 연기'의 1인자라 해주시는 것은 과분한 칭찬이고 드라마가 가진 힘 때문에 제 역할이 돋보인 것"이라며 겸손을 보였다.
그러면서 "역시 기본에 충실한 게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힘인 것 같다"며 "비교적 괜찮게 연기했다고 스스로 생각은 한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다만 빡빡한 촬영 스케줄과 추위는 김상중에게도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었다고 했다.
김상중은 "아모개가 죽는 장면을 경남 합천군 황매산에서 촬영했는데 그 날이 얼마나 추웠는지 죽는 신을 촬영하러 갔다가 얼어 죽을 뻔 했다"며 웃었다.
또 눈물 연기 때 콧물을 함께 흘려 더 몰입도를 높인 데 대해선 "제가 울면 비염 때문인지 콧물이 그렇게 나온다"며 "의도한 건 아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