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알파고 '딥젠고', 한중일 최고 기사들과 대결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바둑 인공지능(AI)이 인간 바둑기사들을 제치고 정식 기전 우승컵까지 차지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출전하는 최초의 세계바둑대회 '월드바둑챔피언십'이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일본 오사카에 있는 일본기원 관서총본부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일본기원이 올해 창설한 대회로, 한국, 중국, 일본의 톱기사와 바둑 인공지능 '딥젠고'가 우승을 겨룰 예정이다.
'일본판 알파고'라 불리는 딥젠고는 기존 일본의 바둑 프로그램 '젠'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겨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열풍을 일으킨 지난해 3월, 일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공지능과 바둑의 동반 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 딥젠고 프로젝트에는 젠 개발자들과 도쿄대, 정보통신 업체 '드왕고' 등이 참여했다.
딥젠고의 기력은 아직 알파고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딥젠고는 지난해 11월 조치훈 9단과 3번기를 벌여 1승 2패를 뒤졌다. 그에 앞서 알파고는 이세돌을 4승 1패로 눌렀다.
딥젠고는 작년 12월 29일부터 올해 2월 15일까지는 국내 인터넷 대국 사이트에서 공개 실전 대국을 벌였다. 결과는 1천316승 306패, 승률 81.1%다.
이 가운데 프로 기사와는 615승 240패(승률 71.9%)를 기록했다.
또 최근 열린 인공지능 바둑대회에서 딥젠고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 알파고는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기록만으로 딥젠고의 대회 성적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인공지능답게 빠른 속도로 바둑을 학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는 딥젠고가 얼마나 업그레이드됐는지 확인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 조치훈 9단과 딥젠고의 대국이 이벤트성 대회였던 것과 달리, 월드바둑챔피언십은 인공지능이 참여하는 최초의 정식 대회다.
딥젠고의 상대도 쟁쟁하다.
40개월 연속으로 한국 바둑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박정환 9단, 일본 바둑의 일인자 이야마 유타 9단, 중국랭킹 2위 미위팅 9단이 인공지능에 맞선다.
박정환 9단과 딥젠고는 오는 22일 맞붙는다.
20일 오후 6시 더리츠칼튼 오사카에서 열린 대진 추첨에서 박정환 9단은 21일 이야마 유타 9단과 첫 대결을 펼치게 됐다. 23일에는 미위팅 9단과 대국한다.
딥젠고는 21일 미위팅 9단과 첫 대국을 펼치고, 22일 박정환, 23일에는 이야마 유타 9단과 각각 대국한다.
박정환 9단은 지난 2월 인터넷 비공개 대국에서 딥젠고에 3승1패로 승리한 적이 있다.
이야마 유타 9단과는 2승 2패로 맞서고 있고, 미위팅 9단에게는 4승 2패로 우세하다.
오랫동안 세계대회 우승에 목말라 있는 박정환 9단도 이 대회 우승컵을 향한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대회는 참가자 전원이 한 차례씩 대국한 뒤 가장 많이 승리한 기사를 우승자로 정하는 풀 리그전 방식으로 열린다.
동률이 나오면 24일 플레이오프를 벌여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 초읽기 1분 5회씩이며, 우승상금은 3천만 엔, 준우승 상금은 1천만 엔이다. 3위와 4위는 500만 엔의 상금을 받는다.
이 대회는 올해부터 3년간 매년 인공지능이 참여하는 가운데 한 차례씩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 대회를 주최한 일본기원은 바둑 인공지능을 대표해 알파고의 참가를 요청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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