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사망사고 소개하며 '헌신' 칭송…"만리마 시대 영생"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주민들에게 이른바 '만리마 속도'를 요구하며 속도전을 다그치는 가운데 연초 한 광산에서 광부 6명이 작업 중 사고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그들은 오늘도 만리마 대진군 대오에 함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올해 1월 사망한 황해남도 은률(은율)광산 광부 6명을 추모했다.
신문에 따르면 은률광산 증산광구 기사장 안윤석 등 광부 7명은 지난 1월 9일 막장 갱도에 있던 중 갱 벽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를 당했다.
안윤석을 비롯한 3명은 무너진 갱 안에서 버티다 이 중 1명만 열흘 만에 구조됐다고 신문은 밝혔다. 사고 당시 다른 채광장에 있던 당세포위원장 등 4명은 모두 희생됐다.
신문은 이 사고를 '불의의 자연재해'로 표현하면서, 사망자들이 생전에 보인 열의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기사 앞머리에는 "신년사 과업 관철을 위한 협의회들에서 누구나 1월 전투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불같은 맹세를 다졌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들이 작업에 매진하게 된 배경에는 김정은 신년사 관철이라는 '당위'가 있었을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신문은 이들이 위험을 느낀 순간 갱 밖으로 뛰쳐나왔다면 살 수도 있었다며 "생명에 대한 본능적인 위구(危懼, 염려하고 두려워함)보다 갱과 생산에 들이닥칠 위기에 대한 걱정이 먼저 떠올랐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원수님(김정은)을 광산에 꼭 모시고 싶었던 것이 그들의 소박하면서도 열렬한 소원이였다"며 "(이들이) 만리마 시대에 영생의 발걸음을 계속 힘차게 찍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칭송했다.
북한 관영매체가 생산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비중 있게 다룬 것은 희생자들을 헌신의 '모범사례'로 조명해 주민 동원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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