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깊은 바닷속에서 은밀하게 기동하며 해상과 육지의 적을 타격하는 잠수함은 해군의 핵심 전력이지만, 잠수함 근무를 원하는 장병은 별로 없다.
한 번 작전을 나가면 길게는 수 주 동안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불편한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해에서 느끼는 불안도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해군이 잠수함 근무 기피 현상을 막고자 승조원들의 체계적 건강관리에 나섰다.
21일 해군에 따르면 해군본부는 최근 '잠수함 근무 환경의 유해 인자 분석 및 특수 건강진단을 포함한 건강모델 개발'이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잠수함 승조원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을 규명함으로써 이를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근무 환경을 만들고 승조원의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모델을 수립하는 게 연구용역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연구용역 수행 기관은 전·현직 잠수함 승조원들을 직무별로 분류하고 이들이 각각 어떤 유해 인자에 노출됐는지 정밀 분석해야 한다. 분석작업에는 승조원들의 건강진단 자료, 통원·입원 자료, 암 등록 자료 등을 조사하는 것도 포함된다.
연구용역 수행 기관은 잠수함 근무 환경의 유해 인자가 유발하는 질병을 예방하고 이를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건강진단 모델도 개발해야 한다.
해군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잠수함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승조원들의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인력과 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한 수중 위협이 날로 증대함에 따라 우리 군 잠수함 전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지만, 잠수함 근무 기피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군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잠수함 승조원으로 양성된 인원은 연평균 57명이었지만, 잠수함 승조원을 그만둔 인원이 연평균 46명에 달했다.
기술적 전문성을 갖춰 핵심 전력 역할을 하는 부사관의 경우 잠수함 근무 경력이 5년 이상인 사람은 전체의 50%에 불과했다.
해군은 "잠수함 운용 경험이 쌓임에 따라 승조원 수도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체계적 건강관리를 위한 모델은 없는 상태"라며 "이번 연구용역을 토대로 과학적 건강관리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ljglo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