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장벽 앞 절망…"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입력 2017-03-20 18:04  

난민 장벽 앞 절망…"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EU·UN 비판에도 헝가리 反난민 정책 강화…스스로 목숨 끊는 난민도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내년 총선을 앞둔 헝가리의 우파 정부가 유럽연합(EU)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反) 난민 정책을 강화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헝가리-세르비아 국경지대에 108마일(173km) 길이의 장벽 건설이 시작됐고 망명 신청 난민을 억류할 푸른색 컨테이너도 배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야노시 아데르 대통령이 지난주 서명한 새 법은 난민이 망명을 신청하면 승인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국경지대 컨테이너에 억류하도록 했고 단속 경찰에는 난민 강제 추방 권한을 부여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르비아에는 헝가리에서 망명을 신청하려는 난민 7천여 명이 발이 묶여 있다.

세르비아 쪽 난민 캠프를 관리하는 니콜라 류보미로비치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우리가 헝가리인들을 위한 창고처럼 됐다. 헝가리의 새 법은 세르비아인들은 물론 여기 있는 난민들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르비아 호르고스에 있는 망명 신청자 대기소에서는 하루 5명만 헝가리 입국이 허용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쌍둥이를 임신한 25세 여성은 "8개월째 여기에 머물고 있다. 가족은 다른 캠프에 수용됐는데 앞으로는 컨테이너에 머물러야 한다고 들었다"며 "많은 난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헝가리 방송에서는 베케슈처버 수용 시설에서 단식 투쟁을 하는 난민이 창문 안에서 "우리는 난민이다.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는 종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독일은 작년에만 난민 28만 명을 받아들였지만 헝가리는 10분의 1도 안 되는 425명을 수용했다.

헝가리 우파 여당은 헝가리가 난민들의 테러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작년에는 거액을 들여 EU의 난민 할당제를 반대하는 국민투표를 추진했다가 투표율 미달로 부결됐다.

난민의 생존 문제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자 국경없는의사회(MSF), 유엔난민기구(UNHCR) 등은 이들에 대한 비인도적인 처우와 인권 침해를 문제 삼고 나섰다.

국경지대에서는 난민들이 경찰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개에게 물리거나 나체 사진을 찍히는 일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MSF는 전했다.

이곳 난민들은 다른 곳으로 가지도 못한 채 유럽의 빈국인 세르비아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거나 목숨을 걸고 헝가리로 넘어가는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경찰들의 인권 유린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인권단체들의 보고서는 계속 나오고 있다.

UNHCR은 최근 성명에서 "헝가리의 새 난민법은 유럽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여성과 어린이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mino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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