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도 비상…'교양 있는 경기 관람' 예절 가이드까지 제시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중국에서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반한(反韓) 감정이 사그라지지 않자 주중 한국대사관이 오는 23일 중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최종 예선 한·중전과 관련해 교민 신변 주의보를 내렸다.
20일 중국 교민사회 등에 따르면 주중대사관 영사부는 이날 교민들에게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한·중전 관련 신변안전 유의 공지를 통해 이러한 우려를 전달했다.
대사관은 공지에서 "최근 들어 중국 내 체류 또는 방문 중인 국민의 신변안전 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오는 23일 후난성 창사에서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한·중전이 개최될 예정이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 내 체류 또는 방문 중인 국민은 최대한 질서 있는 분위기에서 응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불필요한 언동으로 중국인들과 마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중대사관은 위급 상황이 발생 시 가까운 파출소로 신고한 뒤 주중 공관의 도움을 받으라고 공지했다.
중국 인터넷 포털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이번 경기에서 한국팀을 무찔러야 한다"는 중국 열혈 축구팬들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한 네티즌은 "한국이 중국 정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양국 우호에 역행하는 처사"라거나 "중국을 우습게 보는 건방진 한국팀을 짓밟아야 한다"며 과격한 언사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도 불상사를 막기 위한 조치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후난(湖南)성 체육국은 지난 16일 월드컵 축구대회 한·중전과 관련해 '교양있게 축구를 관람하기 위한 제안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제안서에는 준법준수, 이성적 애국 활동, 교양있는 경기 관람, 모독·굴욕 표현 자제, 안전의식 제고 및 경기 자체의 관람 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에서도 불미스런 상황 발생을 우려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발표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이는 한·중전에서 중국인 관중이 경거망동할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하는 강력한 경고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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