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사상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경기…마음속의 MVP는 임영희"
(용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아마 예전에 신한은행하고 할 때 이후로 가장 기억에 남는 챔피언전인 것 같습니다."
'우승의 달인' 위성우(46) 감독도 진땀을 흘렸다.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20일 경기도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83-72로 승리한 뒤 이렇게 말했다.
4쿼터 종료 2분을 남겼을 때만 해도 7점을 뒤져 패색이 짙었던 우리은행은 '삼각 편대'인 임영희, 존쿠엘 존스, 박혜진 등의 연속 득점으로 승부를 극적으로 연장으로 넘긴 뒤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위성우 감독이 어떤 경기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2013-2014시즌 신한은행과 챔피언결정전에서 3승 1패로 이긴 경기에 버금가는 '힘든 챔피언전'이라고 말한 듯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3차전에서 연장전 끝에 패했고, 4차전에서는 1점 차로 신승하며 우승컵에 입을 맞출 수 있었다.
신한은행 코치 시절부터 11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위 감독은 "우승은 두말할 것 없이 좋다"며 "선수들이 잘 해줬다"고 특유의 무덤덤한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위 감독과 일문일답.
-- 우승 소감은.
▲ 우승은 두말 할 것 없이 좋다. 선수들이 잘 해줬다. 5년 연속 우승이 쉽지 않은데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한 보람을 찾게 돼 지도자로서도 기쁘다.
-- 7점 차로 뒤질 때 느낌은.
▲ 사실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한 골을 넣으면 따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박하나의 3점이 연달아 들어가면서 느낌이 좋지 않았다. 사실 박하나가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들어갈 3점이 아닌 데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역 방어를 서면 안 되는 상황에서 서다가 3점을 맞은 것은 내 실수다. 특히 마지막 순간 박혜진이 자유투 2개를 다 넣기 어려웠을 텐데 역시 자랑스럽다.
-- 오늘 고전한 이유는.
▲ 최은실, 홍보람 등 벤치 멤버들이 체력이 떨어져 마지막에 오픈 기회에서도 슛이 빗나갔다. 또 존쿠엘 존스도 전반에 시간 관리를 해야 했는데 끝내겠다는 생각에 밀어붙이다가 4반칙에 걸리기도 했다. 아마 예전에 신한은행과 할 때 이후로 가장 기억에 남는 챔피언결정전인 것 같다.
-- 경기 시작 전에 최우수선수(MVP)로 임영희를 거론했다.
▲ 사실 전반 끝나고 임영희를 혼냈다. 부담을 가질 것 같아서 MVP 얘기를 안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할 걸 그랬다. 전반에 MVP를 의식했는지 슛 밸런스가 무너져 있더라. 하지만 그래도 최고참 선수로서 열심히 준비했고 후배들 앞에서도 모범이 된 임영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준 선수다. 나뿐이 아니라 코칭스태프 모두 가장 고마운 선수가 임영희다.
-- 준우승한 삼성생명도 3차전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했는데.
▲ 역시 임근배 감독님의 능력이 대단하신 것 같다. 여자농구 이제 2년째인데 선수들을 저렇게 변화시키기 쉽지 않다. 삼성생명 선수들도 1, 2차전 연패한 상황에서 더 열심히 뛰는 모습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 우리은행이 너무 독주해서 리그가 재미없다는 평이 있다.
▲ 그 부분은 딜레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일부러 열심히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우리가 지면 리그가 재미있어 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임영희, 양지희가 나이가 들고 다른 팀들은 삼성생명처럼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도 정상을 지키려고 발악을 해야 리그의 평균이 높아진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 올해 식스맨 활용 폭이 커졌다.
▲ 그동안 그 부분이 제대로 안 됐다. 그러나 올해는 개막 전에 이승아가 임의탈퇴가 되고 양지희는 부상이라 의도하지 않게 식스맨들을 많이 썼다. 결과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시즌이 됐다.
-- 남자팀으로 간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 여자농구와 남자농구는 다르다. 또 남자농구는 떠난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감각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여자농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 신한은행 6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했는데 그것을 뛰어넘어야 하지 않겠느냐.
▲ 욕심을 낸다고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준비하다 보면 우승은 따라오는 것이다. 내년에 우승해서 신한은행 기록과 동률이 되면 또 '기록을 깨야 한다'고 할 것 아니냐. 열심히 준비하고 운까지 따라야 가능한 것이 우승이다.
email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