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특검 수사과정에서 몇차례 조사받을 기회 놓쳐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기 전 박 전 대통령에게는 현직 신분으로 청와대 관내나 안가에서 조사받을 수 있었던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상 불소추 특권과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모두 확보한 상태에서의 대면조사 요청을 계속 거부하다가 결국 검찰청사 포토라인 앞에 서는 불명예를 자초했다는 평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1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제1기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씨를 구속 기소하기 전 각종 의혹 확인을 위해 박 대통령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방침을 세웠다.
박 전 대통령도 작년 11월 4일 대국민 담화에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라는 의사를 밝혀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 간 대면조사 협의가 물살을 탔다.
당시 검찰은 조사 장소로 청와대 인근 안가 등 제삼의 장소를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검찰이 최씨의 기소 시점을 염두에 두고 박 대통령 측에 시한을 바꿔가며 여러 차례 대면조사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가 변론 준비와 특검 출범 등을 이유로 검찰 요구에 난색을 보이면서 대면조사는 결국 무산됐다.
검찰 수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박영수 특검도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특검과 박 전 대통령 측과의 대면조사는 지난 달 9일로 잠정 협의가 됐으나 일정이 언론에 사전 유출되면서 한 차례 무산됐다. 양측은 당시 조사 장소를 청와대 관내 위민관으로 정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비공개 약속을 깨고, 일정을 언론에 유출했다며 협의 무산의 책임을 떠넘겼다.
양측은 이후 일정 협의를 재개했지만 '녹음·녹화 허용 여부' 등 세부 조건에서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으로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와야 했다.
수사를 재개한 제2기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지난 15일 박 전 대통령에게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공식 통보하면서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네 번째로 21일 검찰 청사에 출석하게 됐다.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을 때 누릴 수 있었던 조사일정, 장소, 조사방식 관련 협의도 자연인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할 수 없게 됐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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